워런 버핏의 뒤를 이은 그레그 에이블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 CEO 가운데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봉 10만 달러’로 상징되던 버핏식 경영과는 확연히 다른 보수 체계가 공식화되면서, 버크셔가 전설적 창업자 중심의 기업에서 보다 일반적인 글로벌 대기업으로 이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버크셔는 지난 6일 제출한 공시를 통해 에이블 CEO의 올해 연봉을 2500만 달러(약 360억원)로 공개했다. 주식, 스톡옵션, 장기 인센티브 등 추가 보상이나 특전은 포함되지 않았다. 버크셔는 전통적으로 주식 보상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WSJ은 금융정보업체 마이로그IQ의 위임장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에이블의 연봉이 2010~2024년 기간 S&P500 상장사 현직 CEO 가운데 최고 수준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기준 S&P500 CEO들의 총보수 중윗값은 주식과 연금, 각종 비현금성 보상을 모두 포함해 약 1600만 달러 수준이며, 상위 100명 가운데 상당수는 총보수가 2500만 달러를 웃돌았다.
에이블의 고액 연봉은 지배주주인 워런 버핏의 보수 철학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버핏은 2010년 이후 연봉 10만 달러(약 1억4500만원)를 포함해 연간 총보수가 50만 달러(약 7억2000만원)를 넘지 않았다. 회사가 부담한 개인 경호·주거 보안 비용이 대부분이었고, 우편·배송비 등 사소한 개인 비용조차 연봉의 절반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정산해 왔다.
WSJ은 이러한 변화에 대해 “버크셔가 95세의 전설적 투자자의 ‘열정 프로젝트’에서 벗어나, 동종 대기업과 유사한 지배구조와 보상 체계를 갖춘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버크셔 주주인 글렌뷰 트러스트의 빌 스톤 최고투자책임자(CIO) 역시 “S&P500 상위 10위권 기업의 CEO라면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받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에이블은 부회장이던 2024년에 약 2100만 달러를 벌었으며, 대부분이 급여였다. 반면 버핏은 막대한 주식 보유를 통해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개인 자산을 축적해 왔기 때문에 급여의 의미가 크지 않았다는 점도 보수 구조 차이의 배경으로 꼽힌다. 가벨리 펀드의 멕레이 사이크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버핏에게 연봉은 중요하지 않았고, 그 결과 버크셔는 대형 금융기업 가운데서도 매우 독특한 보수 구조를 유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기준 버핏은 버크셔 A주 20만6359주와 B주 951주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후 A주 약 1만주를 B주로 전환해 전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같은 시점 에이블의 지분은 A주 228주, B주 2363주였다.
한편 버핏은 올해 1월 1일을 기해 에이블에게 CEO직을 넘겼지만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하고 있다.
이인애 기자 li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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