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 후보' 기업들도 뛸 수 있는 넓은 운동장 만들라
2025년 10월 27일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 4000선을 돌파한 이후 지난 7일 4600 고지에 올라서는 등 머지 않아 5000시대도 열 것 같은 기세다.
톱 플레이어라 할 삼성전자는 사상 처음 분기 영업이익 20조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코스피 증시를 주도한 SK하이닉스도 인공지능(AI)이 촉발한 메모리 사이클이 본격화되면서 투자 매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증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렇듯 스타 선수들의 대활약으로 스포츠 경기장의 점수판(주가지수)은 외형상 화려해 보이지만 벤치에 앉아 경기만 지켜 보는 후보 선수들은 언제 운동장에서 뛸 날이 올 지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공식적인 통계로 확인되지는 않지만 이런 호황 장세에서도 주식에 투자해 돈을 번 사람보다는 손해를 본 개인 투자자들이 많다는 인식도 널리 퍼져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 발언도 최근의 증시 분위기를 염두에 두고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도약의 핵심 토대는 국민 모두의 성장"이라면서 "뉴스에만 나오는 거창한 숫자들이 아니라 5000만 국민들의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체감되는 변화와 진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현재 완만한 경기 개선세가 유지되거나 완만한 생산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계엄 사태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여파로 인한 경기 둔화세가 지난해 8월까지 이어졌지만 그 이후 민생회복 소비 쿠폰과 추가경정예산 투입 효과로 소비가 개선된 영향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들이 언제 등판해 스타 플레이어들 못지 않게 기량을 뽐낼 수 있을 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주가 상승의 대부분을 반도체를 비롯한 대형주가 떠받치는 시장 흐름이 이어지는 한, 중소형주나 비(非)반도체 업종이 뛸 시장은 좁을 수 밖에 없다. 한 쪽은 날개 달았지만 다른 쪽은 문전박대 받는다면 결코 건강한 시장이라 할 수 없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건설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부동산 시행사(디벨로퍼)의 경우 지난해까지 3년째 폐업이 창업보다 많다고 한다. 줄도산은 주택 공급 확대 정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어 걱정이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가보면 실물 경기의 현 주소를 알 수 있다. 서울여행하면 가봐야 한다던 핫플레이스 분위기가 아니다. 공실률이 41%나 될 정도로 텅 빈 점포들이 즐비하다.
제2의 신사동 가로수길을 꿈꾸며 2017년 조성한 고양시 대화동의 일산 가로수길도 공실률이 두 자릿수라고 한다.
자영업자들이 장사가 안 된다고 탄식을 안 하는 것이 이상할 만큼 국가경제의 기반인 밑바닥 경제는 악화일로다.
반도체가 주도한 수출은 지난해 사상 처음 7000억 달러를 달성하면서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6위로 도약했다.
2024년에도 상품 수출은 6위였지만 서비스 수출은 17위에 머물렀다. 글로벌 디지털 환경에서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은 수출에서 서비스 산업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세계 평균 비중을 밑돌고 있다.
서비스 산업의 주요 플레이어가 중소기업들인 영향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이나 음원, 웹툰 같은 분야는 우리가 경쟁력이 있는 만큼 디지털 서비스 수출 비중을 끌어올리면 일본을 제치고 수출 세계 5위권에 진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역대 정권마다 중소기업 살리기에 나서지 않은 적이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소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취약한 것은 금융 지원, 세제 혜택 등 지원 규모 확대를 통한 기업 지키기만 치중해 왔기 때문이다.
지원을 하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전면 점검해야 한다. 각종 규제를 피하기 위해 중소기업을 유지하면서 혜택만 받는 불량 기업인들도 걸러내기 바란다.
보호받는 기업이 아닌 성장의 주체가 되도록 하는 정책을 펼 때 스타 선수로 탈바꿈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넓은 운동장이 마련된다면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들도 경기에 투입돼 승리하는 진짜 강한 팀이 된다.
정치권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 정책을 펴선 안 된다. 중소기업을 지키는 방어적 자세가 아니라 어떻게 키울 것인지를 고민하기 바란다.
대기업은 옥죄고 규제는 양산만 한다면 정치인이 잠잘 때 경제는 성장한다는 얘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디지털데일리 주필
서울신문 편집국장, 논설위원을 거쳐 아리랑국제방송 시사보도센터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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