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서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둔덕에 파묻힌 제주항공 7C2216편의 엔진이 크레인으로 옮겨지는 모습. 2025.1.3 뉴스1 |
179명이 사망한 12·29 무안 제주항공 참사 당시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를 지지하는 콘크리트 둔덕이 없었다면 탑승자 전원이 생존했을 것이라는 국토교통부 용역 보고서가 공개됐다. 이 보고서는 동체 착륙에 성공한 여객기가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하지 않았다면 770m를 활주하다 멈춰 섰을 것으로 분석했다. 둔덕이 있더라도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설치됐다면 여객기가 공항 담장을 지나 멈추고 역시 전원 생존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참사 발생 이틀 뒤인 2024년 12월 31일, 국토부는 콘크리트 둔덕이 사고를 키웠다는 보도에 대해 “로컬라이저는 규정에 맞게 설치됐다”고 주장하는 이례적인 설명 자료를 냈다. 종단안전구역(199m)으로부터 5m 벗어난 곳에 로컬라이저가 설치돼 그 지지대가 부러지기 쉬운 구조여야 한다는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240m까지 장애물을 치우도록 한 새로운 규정은 공항 개항 이후인 2010년부터 시행됐다는 것이다.
최근 국토부는 그간 입장을 번복하고 국회에 “2020년 개량 사업 당시 규정에 따라 부러지기 쉽게 개선했어야 한다”며 뒤늦게 책임을 인정했다. 12·29 참사 이후 1년 동안 유가족들은 왜 가족이 돌아오지 못했는지 이유조차 알 수 없어 애를 태웠다. 국토부는 지난해 8월 콘크리트 둔덕이 없었다면 전원 생존했을 것이란 보고서를 제출받고도 이를 비공개했고,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조종사 잘못이라는 납득하기 힘든 중간조사 결과를 내놨다. 유가족에게는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국회 질의에는 규정 위반을 실토했다.
1999년 설계 원안에 포함되지 않았던 콘크리트 둔덕이 설치됐고, 2007년 개항 전에 부적합 장애물을 제거하라는 요구가 묵살됐다. 2020년 개량 단계에선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개선되기는커녕 콘크리트 상판을 추가했다. 누가 왜 이런 결정을 한 것인가. 안전을 우려한 경고음이 수차례 무시된 과정을 철저히 수사하고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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