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114>
마이크론, 1000억弗 투자해 뉴욕 '메가팹' 착공
여의도 2배 부지에 4개 공장···"점유율 40%로"
한국·대만 공급망 쏠림 탈피···中처럼 자립 시도
당장 반중엔 동맹 규합하고 중장기는 자국 위주
삼성·SK 최대 실적 잔치···기술 격차로 승부 봐야
마이크론, 1000억弗 투자해 뉴욕 '메가팹' 착공
여의도 2배 부지에 4개 공장···"점유율 40%로"
한국·대만 공급망 쏠림 탈피···中처럼 자립 시도
당장 반중엔 동맹 규합하고 중장기는 자국 위주
삼성·SK 최대 실적 잔치···기술 격차로 승부 봐야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최근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대규모 투자 경쟁에도 한층 불이 붙고 있다. 특히 주요 업체들이 최근 몇 년 간 생산시설을 인공지능(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쪽에만 집중한 까닭에 PC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범용 메모리반도체는 품귀 현상을 빚으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기업들은 여기서 챙긴 두둑한 실탄을 바탕으로 HBM 등 고사양 칩 분야에 재투자하며 성장의 선순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연달아 ‘깜짝 실적’을 내놓는 가운데서도 그간 한 수 아래 기업으로 봤던 마이크론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이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을 위해 한국 업체들과 단기적으로만 공급망 동맹을 맺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마이크론을 중심으로 메모리반도체 시장 판도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등에 지나치게 쏠린 글로벌 비메모리·메모리반도체 공급망이 궁극적으로 달가울 리가 없다. 모든 AI 공급망을 자국 내에서 일원화하는 중국과 비교하면 동맹에 흩어진 생태계가 무역 경쟁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서다. 한국이 반도체 활황에 축포를 터뜨리는 사이 희토류, 원전, 메모리·비메모리 등 자국 AI 공급망의 약한 고리를 메우기 위해 국가적 지원을 퍼붓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당분간 눈을 떼지 말아야 할 이유다.
마이크론 "점유율 40%로 늘린다"…1000억弗 투자해 美 역대 최대 메가팹 착공
마이크론은 지난 7일(현지 시간) 자사 홈페이지에 “16일 오후 1시 뉴욕주 오논다가 카운티에 대형 공장 착공식을 갖는다”며 “1000억 달러(약 145조 원) 규모의 미국 역사상 최대 반도체 제조 시설 건설의 시작을 마이크론 경영진과 연방·주 지도자들과 함께 축하할 것”이라고 알렸다. 시러큐스대 국립재향군인센터에서 열리는 이 착공식에는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회·뉴욕주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마이크론은 “뉴욕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간투자인 이 프로젝트는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메모리반도체 제조의 본거지를 만들 것”이라며 “최대 4개의 공장을 갖출 이 시설은 현대 경제의 중심이 되는 AI 시스템의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부지의 면적은 서울 여의도(약 2.9㎢)의 두 배 수준인 약 5.67㎢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은 2022년 10월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2024년 중반 착공할 계획이었다. 그러다가 2만 쪽에 달하는 환경 검토에 막혀 일정이 1년 6개월가량 지연됐다. 마이크론은 우선 3월 31일까지 해당 부지의 나무를 모두 벤 뒤 철도 지선 공사, 습지 평탄화 작업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뉴욕의 지역 언론인 더포스트스탠더드의 온라인 플랫폼 시러큐스닷컴은 마이크론이 첫 공장을 2030년 가동하고 두 번째 공장은 2033년 열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세 번째 공장은 2038년, 마지막 네 번째 공장은 2045년에 완공한다. 네 개 공장이 다 지어지면 총 고용 인원은 9000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흐로트라 CEO는 “글로벌 경제가 AI 시대로 접어들면서 첨단 반도체 분야의 주도권이 혁신과 경제 번영의 초석이 될 것”이라며 “우리의 투자와 진전은 미국 내 유일한 메모리반도체 제조 업체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마이크론의 이번 공장 건설로 AI 반도체 생태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론은 당초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라 55억 달러(약 8조 원)의 세제 혜택을 약속받고 투자를 결정했다. 마이크론은 사업 발표 당시 이 시설을 “앞으로 10년간 미국산 최첨단 D램 생산량을 전 세계 생산량의 40%까지 늘리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소개했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매출 기준으로 마이크론의 지난해 3분기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21%로 SK하이닉스(57%), 삼성전자(22%)에 이은 3위다. 3분기 HBM을 포함한 D램 시장 전체 점유율은 SK하이닉스(34%), 삼성전자(33%), 마이크론(26%) 순이다. 만약 마이크론이 계획대로 미국 정부의 지원을 업고 점유율을 40%로 늘릴 경우 세계 1위 업체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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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중국 막는 데에는 동맹 규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자국 위주 공급망 추진
미국이 중장기적으로 한국과 대만에 대한 반도체 의존을 낮추기 위해 지원하는 자국 기업은 비단 마이크론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8월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한 보조금으로 경영난에 빠진 인텔의 지분 9.9%를 사들여 직접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AI 칩 부문에서도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는 최근 AI 패권 유지를 위해 반(反)중국 연대에 동참하라고 동맹국들을 떠미는 전략과는 별개의 경로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올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까지 펜타닐 관세를 10%포인트 낮추는 대신 희토류 수출 제한을 유예하고 대두 수입을 재개하는 내용의 시한부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면서 그간 압박 대상으로만 삼았던 동맹들을 규합해 미국 중심의 AI 공급망에 편입할 것을 권했다.
특히 지난달 12일에는 국무부 주도로 워싱턴DC에서 한국·일본·싱가포르·네덜란드·영국·이스라엘·아랍에미리트(UAE)·호주 등 8개국과 첫 ‘팍스 실리카 서밋(최고회의)’을 개최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선언문까지 발표했다. 팍스 실리카 선언에는 UAE와 네덜란드를 제외한 총 7개국이 참여했다. UAE와 네덜란드가 불참한 것은 각각 중동과 유럽연합(EU)의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고려한 조치로 읽힌다.
당시 선언문은 “혁신과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비시장적 관행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과잉 생산과 불공정 덤핑(대량 저가 판매) 관행 등 시장 왜곡에서 민간투자를 보호하고 민감 기술과 핵심 인프라를 부당한 접근, 영향력, 통제로부터 지키는 데 있어 각국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라는 직접적 언급만 없었을 뿐 사실상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 중심으로 AI 공급망 수직 계열화를 이루자는 선언이었다. 엔비디아 등에 이미 HBM을 독보적으로 공급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공연히 중국과 외교 마찰만 일으킬 수 있는 부담스러운 자리였다.
어찌 됐든 메모리반도체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초호황기에 들어선 것이 재차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8일 연결 기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20조 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8.2%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3분기(12조 1700억 원)와 비교하면 64.3% 더 증가했다. 이는 직전 메모리반도체 초호황기였던 지난 2018년 3분기 17조 5700억 원 기록을 갈아치우는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이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 누적 영업이익은 43조 5300억 원으로 계산됐다. 2018년 58조 8900억 원, 2017년 53조 6500억 원, 2021년 51조 6300억 원 이후 역대 네 번째로 많은 수치다.
4분기 매출도 93조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24년 4분기보다는 22.7%, 지난해 3분기보다는 8.1% 각각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전체 매출 또한 332조 7700억 원으로 2022년 기록(302조 2300억 원)을 3년 만에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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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메모리 초호황’ 최대 실적 잔치···美 AI 공급망 재편 욕심은 경계해야
삼성전자의 이 같은 호실적은 사업 부진을 겪은 스마트폰·가전 등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이 아니라 오로지 메모리반도체 부문의 힘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됐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범용 메모리반도체의 가격이 공급 부족으로 급등한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트렌드포스 등 주요 시장조사 업체들은 AI·서버 시장 수요 확대로 지난해 4분기 메모리 가격이 50%가량 올랐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와 함께 HBM 납품량이 계속 늘어나는 점도 실적에 청신호를 켰다. 증권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대략 반도체 사업부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만 16조∼17조 원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산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29일 사업부별 실적을 포함한 지난해 4분기와 연간 확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메모리반도체 초호황기가 계속 이어지자 삼성전자가 올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100조~150조 원대 영업이익을 거둘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차세대 HBM 공급량이 늘면서 실적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자체 AI 칩 제조 업체들의 주문 증가로 올해 격전지가 될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4) 부문에서 승기를 잡을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에 이달 22일을 전후로 4분기 실적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는 SK하이닉스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8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에 대한 증권사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는 15조 6725억 원으로 불었다. 일주일 전이나 한 달 전보다 5~8% 늘어났다.
경계해야 할 지점은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돈을 벌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마이크론의 경우도 지난해 12월 17일 장 마감 뒤 공개한 2026 회계연도 1분기(9월~11월) 매출이 2024년 같은 기간보다 57% 급증한 136억 달러(약 19조 76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메모리반도체 호황기를 감안해 월가에서 낙관적으로 잡았던 예상치 130억 달러조차 뛰어넘는 성적이었다. 마이크론은 나아가 2분기 매출 전망치를 이보다 더 좋은 183억~191억 달러(약 26조 5900억~27조 7500억 원)로 제시했다. 이 역시 시장 예상치인 144억 달러를 크게 넘어서는 수치였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보다는 적지만, 미국 정부가 이 회사의 가능성에 주목할 경우에는 얘기가 다소 달라질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를 계기로 미국이 모든 분야에서 자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를 추구하는 만큼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인 한국도 긴장의 끈은 늦추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자국 내에서 사실상 모든 AI 생태계를 완벽하게 구축하는 방안을 무서운 기세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 입장에서는 결국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 이날 마이크론의 주가는 미국 기업의 역대 최대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는 소식에도 자국에 이미 알려진 재료라는 점에서 상승하지 못했다. 외려 트럼프 대통령의 군비 확장 의지와 지정학적 위기 확산 우려로 방산주나 경기 방어주로 투자 심리가 옮겨간 탓에 3.69% 급락했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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