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성 국장 항의 사흘 만에 사무차관 나서
中 대사 즉각 반박…양국 갈등 장기화 조짐
中 대사 즉각 반박…양국 갈등 장기화 조짐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 한국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진행하면서 서로 마주보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일본 정부가 중국의 이중용도 물자(군사용과 민간용으로 모두 활용 가능한 물자) 수출 통제에 8일 재차 항의했다. 이번에는 실무 최고위급인 외무성 사무차관이 직접 나서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날 오후 외무성에서 우장하오 주일 중국대사를 만나 이중용도 물자 수출 관리 강화 조치에 강하게 항의하고 철회를 요구했다고 외무성이 밝혔다. 사무차관은 직업 외교관으로는 최고위급으로, 지난 6일 가나이 마사아키 아시아대양주국장이 항의한 지 사흘 만에 체급을 올린 것이다.
이에 주일 중국대사관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장하오 대사가 즉각 반박했다고 발표했다. 우 대사는 “중국의 이번 조치의 목적은 국가 안보와 이익을 수호하고, 확산 방지 등 국제 의무를 이행하는 것으로, 완전히 정당하고 합리적·합법적”이라며 “중국의 입장은 이미 매우 분명하게 밝혔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관련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7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매우 유감”이라며 중국 측에 항의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다만 수출 금지 대상에 희토류가 포함됐는지는 “아직은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중국이 규제 품목을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서 일본 언론은 이를 ‘애매 전술’로 부르며 실제 규제 강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중국 정부가 다카이치 총리 발언을 철회하지 않은 일본에 대응해 일부 희토류 관련 품목의 수출 허가 심사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 계열 소셜미디어 계정 ‘뉴탄친’도 “지난해 4월 4일 관리대상으로 지정된 중희토류 관련 품목의 대일본 수출통제 허가 심사 강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지난 7일 대만 유사시 개입 의사를 시사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일본 지도자가 대만해협에 대한 무력 개입 가능성을 암시했다”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심각하게 위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 발언 철회를 요구하며 중국인 일본 관광 자제령, 중국 내 일본 영화·공연 제한(이른바 ‘한일령’),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 취소 등 보복 조치를 확대해 왔다.
일본 산업계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탈(脫)중국을 위한 희토류 공급망 재검토에 착수했다. 자동차 업계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전기차 모터용 자석에 필요한 중(重)희토류 디스프로슘 등이다. 공급처 다변화 방안으로 호주가 거론되지만,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중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올지 알 수 없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증시에서도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닛케이225 평균주가가 전일보다 1.63% 하락했다며 희토류 규제 우려로 도요타자동차 등 제조업 주가가 저조했다고 전했다. 허야둥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날 “민간 용도 부문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