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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등록제 10년인데...몇 마리인지 아직도 몰라

헤럴드경제 김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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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등록제 10년인데...몇 마리인지 아직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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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신고·단속 때만 등록 쏠림
통계는 늘었지만 실상은 ‘불투명’
해외는 ‘등록’이 아니라 ‘관리’…제도 역할부터 달라
12일 오전 제주시 도남동 시민복지타운에서 열린 제주 반려동물 문화산업 한마당에서 견주와 반려견들이 잔디밭을 산책하고 있다. [연합]

12일 오전 제주시 도남동 시민복지타운에서 열린 제주 반려동물 문화산업 한마당에서 견주와 반려견들이 잔디밭을 산책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반려동물 유실·유기를 막기 위해 도입된 반려동물 등록제가 전국 단위로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정부는 여전히 국내에 반려동물이 몇 마리나 사육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등록 마릿수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제도 설계와 관리 방식의 한계로 ‘등록된 개체 수’와 ‘실제 사육 규모’ 사이의 격차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려동물 등록제는 2008년 일부 지자체 시범사업을 거쳐 2014년 1월부터 반려견을 대상으로 전국 의무화됐다. 월령 2개월 이상 반려견을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도록 해 유실 시 신속한 반환을 돕고, 무분별한 유기를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제도 도입 이후 10년이 지났음에도 등록제는 ‘관리 체계’라기보다 ‘행정 절차’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반려동물 등록제 실태와 개선방안’에 따르면 반려견 등록 의무화가 시작된 2014년 이후 반려동물 누적 등록 마릿수는 2014년 88만7966마리에서 2024년 349만1607마리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연간 신규 등록도 같은 기간 19만2274마리에서 25만9909마리로 증가했다.

겉으로 보면 등록제가 안착 단계에 들어선 것처럼 보이지만, 이 수치는 어디까지나 ‘등록된 개체 수’에 그친다. 등록 의무 대상이 반려견에 한정돼 있고, 반려묘는 일부 지자체에서만 시범사업 형태로 등록이 이뤄지면서 전체 반려동물 사육 규모를 포괄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유자 주소 변경이나 반려동물 사망, 분실·재회 등 정보가 자동으로 갱신되지 않고 자발적 신고에 의존하는 점도 통계의 정확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등록 통계의 성격은 연도별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등록 통계의 급등락은 실제 반려동물 증감이라기보다 정책 이벤트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2014~2018년 연 9만~14만마리에 그치던 반려견 신규 등록은 자진신고 기간 운영과 미등록 단속이 집중된 2019년 79만7081마리로 급증했다. 이후 2020년 23만5637마리, 2024년 24만5236마리로 다시 줄어들며 ‘밀린 등록’ 효과가 통계에 반영됐음을 보여준다. 등록 마릿수 증가가 곧 반려동물 증가를 의미한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해외 주요국은 반려동물 등록제를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관리 인프라로 활용하고 있다. 독일은 반려견 등록과 함께 지방세를 부과해 개체 수와 소유자 정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등록 정보가 세금·행정 서비스와 연동된다. 영국은 반려견 마이크로칩 등록을 의무화하고 이사나 소유권 변경 시 정보 갱신을 전제로 제도를 운영한다. 고양이까지 등록 대상을 확대한 국가도 적지 않다.


이들 국가는 등록 정보를 보험, 의료, 입양 관리, 유기동물 추적 등 다른 행정 시스템과 연계해 활용한다. 등록 여부가 실제 관리와 책임으로 이어지면서, 등록 통계 자체가 관리되고 있는 반려동물 규모를 의미한다는 점이 한국과의 가장 큰 차이다. 반면 한국은 등록 이후 정보 활용과 관리가 제한돼, 등록 통계가 정책 집행의 출발점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등록제 개선의 기본 방향으로 △등록 대상과 범위 확대, 등록 절차 간소화, 단속·처벌 강화를 통한 제도 실효성 제고 △등록 정보 갱신제 도입과 등록 방식 일원화, 관리 플랫폼 활용 확대, 전담 인력 확충 등 관리체계 강화 △전국 단위 홍보와 입양 전 교육 강화, 취약계층 등록비 지원 확대, 등록동물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을 통한 소유자 인식 개선 및 지원 강화를 제시하고 있다.

김동훈·이정민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해외는 반려동물 등록을 관리 체계의 출발점으로 활용하는 반면, 한국은 등록 자체에 머무는 구조”라며 “등록 대상 확대와 정보 갱신 체계 구축 없이는 10년이 지나도 ‘몇 마리인지 모른다’는 논의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