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가 갈등 때마다 자원 무기화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
중국 정부가 지난 6일 일본을 겨냥해 ‘이중용도(군민 양용) 물자’의 군사 용도 수출을 전면 금지한 가운데, 향후 이 조치가 일본의 민간 공급망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1단계 조치로 ‘군사 용도’와 ‘군사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용도’에만 수출을 금지했다면, 다음 단계에서는 일본 민간 산업망에 필요한 ‘희토류 통제’까지 꺼낼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에 희토류 수출 통제에 나서 포드 공장을 멈춰 세우고 관세 양보를 받아낸 적이 있다. 이번에도 일본에 같은 카드를 들이밀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철회를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상무부는 7일엔 일본 반도체용 화학물질 디클로로실란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혀, 이틀 연속 일본을 겨냥했다. 중국이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한 시점과 맞물려 한국엔 유화적 태도를 보이면서, 일본은 강하게 때리는 장면을 연출하며 ‘갈라치기’ 외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래픽=양인성 |
7일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일본을 겨냥해 일부 희토류 관련 품목의 수출 허가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상무부는 전날 “모든 이중용도 물자의 일본 군사 사용자, 군사 용도, 일본 군사력 향상에 도움 되는 기타 최종 사용자·용도에 대한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하면서, 희토류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또 ‘군사용’으로 한정하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하루만에 관영 언론을 통해 ‘일본 (민군) 전체를 겨냥한 희토류 규제’를 직접 언급한 것이다. 전날 발표는 시작일 뿐이고, 향후 중국의 조치가 일본 민간 산업 전체를 겨누는 강경책으로 진화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상무부의 발표에는 세부 적용 기준이 담겨 있지 않았지만, ‘모든 이중용도’라고 명시한 만큼 희토류가 포함된 것으로 해석됐다. 중국의 이중용도 품목 리스트에는 2024년 4월 사마륨·가돌리늄·터븀·디스프로슘·이트륨 원소 7종이 처음으로 포함됐고, 작년 10월에는 홀뮴·어븀·툴륨·유로퓸·이터븀 등 5종이 추가됐다. 희토류는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풍력발전 터빈, 미사일 시스템 제조 과정에 두루 쓰여 ‘첨단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린다. 거의 전 제조업에 필요한 전동모터에 필수적인 ‘영구 자석’의 핵심 소재이기도 하다.
중국의 희토류 규제로 허를 찔린 일본은 중국에 강력 항의하는 한편, 중국의 수출 규제 범위를 확인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일본 내각의 서열 2위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7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일본)만을 겨냥한 이번 조치는 국제적인 관행과는 크게 다르며, 결코 용인할 수 없고 매우 유감”이라며 “외무성·경제산업성, 주중 일본대사관이 중국 측에 강하게 항의했고 이번 조치를 철폐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선, “이번 조치는 내용이 분명하지 않은 점이 많다”며 “내용을 자세히 조사하고 분석한 이후, 필요한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 전문가들 사이에선 “어떤 형태로든 자동차, 전자부품, 풍력발전, 의료기기, 항공우주 등 민간 분야의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온다. 예컨대 중국 희토류 기업이 일본 기업에 수출할 때 중국 정부가 ‘비군사용 증명’을 요구하며 심사를 무작정 지연시킬 수 있다. 일본 노무라연구소에 따르면 10여년전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를 경험한 이후, 일본은 중국 의존도를 당시 90%에서 현재 60%로 낮췄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노무라연구소는 “중국이 1년간 희토류의 민간 수출을 금지할 경우, 일본 내 생산감소액·손실액은 약 2조6000억엔(약 24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43%를 낮춘다”고 분석했다. 도요타자동차의 고위 임원은 석달 전 로이터에 “중국은 2개월이면 (세계) 자동차 업계 전체를 정지시킬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입헌민주당 등 야당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발언을 비판하는 상황에서 다카이치 정권이 ‘강대강’ 대결을 선택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다만 일본 기업들이 이같은 상황에 대비해 상당한 재고를 확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요미우리신문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발언으로 일·중 관계가 급랭한 11월의 중국산 희토류 수입량은 전월보다 34.7% 급증한 304t이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일본이 반도체 소재 등에 대한 수출 규제로 중국에 보복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019년 한국을 상대로 썼던 카드를 다시 한번 꺼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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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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