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장수 기업] 종합 설비설계 기업 하이멕
국내 설비 설계 시장의 역사를 이끌어온 하이멕 최상홍 회장은 "우리와 국내 데이터센터를 함께 지은 글로벌 빅테크들이 '해외 프로젝트도 같이하자'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고운호 기자 |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와 정부세종청사,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및 코엑스, 김포국제공항과 인천국제공항,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 그리고 네이버 데이터센터. 이 건물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설비 시스템이 모두 같은 회사 작품이라는 점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가 ‘2025년 명문장수기업’으로 선정한 하이멕(HIMEC) 얘기다.
대형 건축물의 냉·난방·공기 순환, 에너지·통신, 소방 시스템은 인체의 호흡기, 혈관, 신경, 면역시스템과 같은 절대적인 요소다. 이를 구현하는 게 설비 시스템 엔지니어링이다. 건축물의 기계설비, 전기·통신설비, 소방 설비를 효율적으로 설계·구축하는 분야다.
하이멕은 한국 현대 건축 설비 분야에서 ‘살아 있는 역사’로 통한다. 1966년 창업 이래 60년 가까이 국내 내로라하는 건축물들이 이 회사 손을 거쳤다. 지난달 9일 서울 영등포구 하이멕 사옥에서 만난 창업자 최상홍(91) 회장은 “이젠 글로벌 빅테크들이 ‘해외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같이하자’는 러브콜을 보내오고 있다”고 했다.
명문장수기업 로고 /중소기업중앙회 |
◇조개탄 난로 시절 창업…설비의 역사
최 회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에 재학 중이던 1956년 국내 첫 ‘공조냉동공학’ 강의를 듣고 설비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를 재건하며 다양한 시설이 생기고 냉난방·공조도 중요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공군 기술장교로 복무한 그는 1963년 독일로 가 당대 최고 공조 설비 기업 LTG에 입사했다. 그곳에서 “가장 먼저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하는 직원”이라 불릴 만큼 치열하게 기술을 익혔다.
3년 뒤 귀국한 최 회장은 하이멕의 전신 ‘한일기술연구소’를 세웠다. 건물 외양만 신경 쓰고 내부 설비는 뒷전이던 시절, 전문성을 내세운 기업이 등장하자 일감이 몰렸다. 속리산 관광호텔과 대구 내외방직, 소공동 KAL 호텔, 정부서울청사 등 당대 첨단 건물의 기계 설비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수십년에 걸친 핵심 프로젝트 프로젝트
하이멕이 쌓은 노하우는 크고 복잡한 프로젝트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삼성동 한국종합무역센터와 인천국제공항이다.
무역센터 프로젝트는 1979년 한국 첫 상설 종합전시장으로 문을 연 한국종합전시장(당시 KOEX)의 냉난방·공조 시스템 설계를 시작으로 인터컨티넨탈 호텔(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무역회관(현 트레이드 타워), 아셈 타워와 이후 신축·리모델링 프로젝트까지 수십 년에 걸쳐 이어졌다.
인천국제공항은 영종도가 갯벌이던 1993년부터 참여해 옥외 플랜트와 제1여객터미널 및 관제탑, 동력동 등 부대건물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지난해 제2여객터미널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뒤엔 다시 제1여객터미널 설비 개선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최 회장은 “한국 대표 시설이 30~50년간 하이멕을 찾는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는 은탑산업훈장(1989년)을 받았고, 서울공대 선정 ‘한국을 일으킨 엔지니어 60인(2006년)’과 한국공학한림원의 ‘대한민국 100대 기술과 주역(2010년)’에도 선정됐다.
최 회장은 대한민국 설비산업 발전을 위한 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았다. 1971년 대한설비공학회 창립에 기여하며 회장·부회장을 역임했고, 1986년 기계설비협의회를 창립해 기계설비 단체 간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2025년 명문장수기업으로 선정된 하이멕이 설비 시스템을 설계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하이멕 |
◇빅테크도 인정한 기술력
AI 시대가 도래하자 하이멕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서버를 효율적으로 식히는 냉각 기술이 데이터센터의 핵심 경쟁력이 되면서다.
하이멕은 2008년 국내 최초 전용 인터넷 데이터센터였던 KT 목동 IDC 설계 공모에서 우승하며 국내 데이터센터 설비의 표준을 정립했다. 이를 바탕으로 네이버(세종·춘천), 카카오, SK C&C 등 국내 주요 데이터센터 설계를 도맡았다. 국내에 건설 중인 글로벌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도 참여 중이다.
네이버 춘천 데이터센터 ‘각’. /하이멕 |
최 회장은 “이제 해외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라며 “AI를 활용한 설비 운용과 에너지 효율화 기술로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했다.
[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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