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중부매일 언론사 이미지

[인문의학] 만성통증, 몸이 먼저 알아차린 마음이야기

중부매일
원문보기

[인문의학] 만성통증, 몸이 먼저 알아차린 마음이야기

속보
美특사 "가자지구 평화계획 2단계 개시" 발표
10년 이상 만성적인 어깨 통증을 호소하던 60대 초반의 여성이 있었다.

통증은 점점 심해졌고, 결국 일상생활이 어려워 입원하게 됐다.

"아침에 일어나면 개운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아침에 통증이 더 심해요.

왜 이런 걸까요?" 그녀가 가져온 소견서와 영상 검사 결과를 살펴보았지만, 만성통증을 설명할 만한 뚜렷한 해부학적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심리적인 요인도 한 번 함께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혹시 가족 관계나 인간관계에서 오래된 상처가 있으신가요?" 그녀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

"어릴 때 엄마와 사이가 너무 안 좋았어요.


늘 잔소리를 들었고, 때로는 폭언도 있었어요.

언니에게는 그러지 않으셨죠.

그런데 10년 전 혼자가 된 뒤, 다시 어머니와 같은 동수의 아파트로 이사를 오면서부터 많이 힘들어졌어요.


그때부터 통증이 시작된 것 같아요." 만성통증을 볼 때 우리는 먼저 구조적인 이상을 살핀다.

요즘의 영상 장비는 근육, 인대, 관절, 뼈를 매우 정밀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구조적 이상이 분명하지 않다면, 반드시 몸과 마음의 상관관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몸 역시 환경과 내면의 변화에 느끼고 반응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뇌만이 생각한다'라고 여긴다.

뇌를 제외한 몸은 명령을 수행하는 기계처럼 취급해 왔다.

그러나 이 인식은 조금 수정될 필요가 있다.

뇌가 의식의 중추인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 몸의 다른 세포들 역시 유전 정보와 생화학적·전기적 신호를 통해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받는다.

세포와 세포는 그렇게 하나의 유기체로 조율되며 살아간다.

최근의 신경과학과 생물학 연구들은 인지를 뇌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세포 수준의 정보 감지와 반응에서 출발해 점차 고도화되는 과정으로 이해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생각은 어느 날 갑자기 뇌에서만 생겨난 것이 아니라, 몸 전체의 생명 활동과 긴밀히 연결된 연속적인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런 시각에서 그녀의 통증을 다시 바라볼 수 있다.

오랜 세월 어머니와의 관계 속에서 쌓인 정서적 긴장은 마음의 문제에만 머물지 않았을 것이다.

몸 역시 이를 지속적인 부담으로 감지했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아침마다 가라앉는 마음 상태가 삶의 의지를 약화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 몸이 '위험 신호'로 받아들였다면, 통증은 그에 대한 하나의 반응일 수도 있다.

이것은 단정이 아니라, 임상에서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하나의 가설이다.

통증이 생기면 마음은 통증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과거의 기억에 잠식되기보다, 지금의 몸 상태를 돌보는 데 에너지를 쓰게 된다.

그런 점에서 통증은 무조건 제거해야 할 적이 아니라, 때로는 생존을 위한 신호이자 몸의 언어일 수도 있다.

이 경우 치료의 방향은 달라진다.

과거의 상처를 억지로 파헤쳐 없애려 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 몸과 마음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다면 오늘, 당장 실천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그 해답 중 하나를 경락 파동 명상, 일명 '툭딱 명상'에서 찾고 있다.

이는 『동의보감』의 허심합도(虛心合道) 사상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명상법이다.

방법은 단순하다.

몸을 우주 대자연에 '툭' 맡기고, 마음을 내 몸의 아픈 곳이나 침 자리에 '딱' 붙이는 것이다.

앉아서도, 누워서도 가능하며 1평 공간이면 충분하다.

우리는 숨을 쉬면서도 숨의 존재를 잊고 산다.

잠시 멈춰 호흡을 느끼는 순간, 생명이 얼마나 정교하게 유지되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툭딱 명상은 호흡을 넘어, 호흡을 가능하게 하는 몸의 흐름을 느껴보는 과정이다.

그녀는 명상하며 자신의 몸에서 따뜻한 감각이 퍼지고 이내 외적으로 파동이 일어나면서 어깨와 팔이 절로 떨리는 경험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통증은 서서히 누그러졌고, 굳어 있던 어깨 관절도 점차 풀리며 팔 움직임이 부드러워졌다.

물론 모든 통증이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는 것은 아니며 명상은 치료를 대신하기보다 몸과 마음이 회복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 변화는 결코 특별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핵심은 우주 대자연에 대한 신뢰, 그리고 내 몸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다.

이는 허준 선생이 말한, 병보다 사람을 먼저 보는 대민(對民)의 마음과도 닿아 있다.

오늘 이 글을 읽는 그대에게도, 자신의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 귀 기울일 여유와 생명의 찬란한 기운이 함께하길 바란다.

황웅근 청주 마음따뜻 한방병원장 통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