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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WIKI] 베네수엘라는 왜 야구에 열광하나

조선일보 배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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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WIKI] 베네수엘라는 왜 야구에 열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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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가 석유 개발하며 야구 전파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전격 공습하면서 세계 야구계도 혼란에 빠졌다. 메이저리그와 국내 프로야구 구단들이 베네수엘라에 머무는 선수들의 신변을 확인하느라 분주하다. 3월에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베네수엘라의 출전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베네수엘라는 남미 대륙에서 유일하게 야구의 인기와 실력이 축구를 압도하는 나라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63명으로 미국, 도미니카공화국에 이어 셋째로 많다. 좌파 정권의 실정으로 경제가 파탄 난 베네수엘라에서 야구 선수가 돼 해외에 진출하는 것은 몇 안 되는 ‘성공 공식’이기도 하다.

베네수엘라가 야구 강국이 된 배경엔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 있다. 1920년대 베네수엘라에서 막대한 원유가 발견되자 기술력이 없는 현지 기업을 대신해 스탠더드 오일 등 미국계 회사들이 산업 단지를 지어 유전 개발에 뛰어들었다. 미국 기업과 직원들이 진출하면서 야구장을 지었고, 베네수엘라에 야구가 보급돼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1939년 베네수엘라의 전설적인 투수 알렉스 카라스켈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1941년 베네수엘라가 세계아마추어야구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야구는 명실상부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1945년엔 프로야구 리그가 생겼다. 현재 8팀으로 운영되는데 메이저리그 소속 선수들이 뛸 정도로 수준이 높다.

미국의 군사 작전으로 체포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도 ‘야구광’으로 유명하다. 베네수엘라 야구 대표팀에 상당한 금액의 연금을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국영 석유 기업을 앞세워 베네수엘라 프로리그 후원에 나서기도 했다.

야구와 비교하면 축구 실력은 기대에 못 미친다. 남미 10국 중 유일하게 FIFA 월드컵 본선에 한 번도 나가지 못하는 굴욕을 겪고 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지역 예선에선 볼리비아에 밀려 플레이오프 진출에도 실패했다. 마두로 이전 베네수엘라를 통치했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은 반미 선동을 위해 ‘미국 스포츠’인 야구 대신 축구 인기를 높이려고 2007년 코파 아메리카를 개최하기도 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배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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