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AI 고도화 위해 위성 활용
텔레픽스의 블루본 이미지/텔레픽스 제공 |
인공지능(AI)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자원으로 주목받으면서 AI를 지탱할 인프라 전쟁도 지상을 넘어 우주로 확장되고 있다. 통신·연산·데이터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주요국들은 위성을 AI 인프라의 일부로 편입시키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AI를 고도화하는 데 쓰이는 기후·해양·국방 데이터 상당량이 위성으로 수집된다는 점도 우주 경쟁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의 창정-2D 로켓이 지난해 5월 중국 북서부 간쑤성의 ‘주취안 위성 발사 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이 로켓에는 ‘삼체 컴퓨팅 위성군’에 쓰일 위성 12개가 실렸다. /CCTV |
◇美·中·EU, 다른 우주 전략
글로벌 주요국들은 이미 우주를 차세대 AI 인프라로 낙점하고, 각기 다른 전략으로 국가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미국은 지구 저궤도 통신망 구축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망이 대표적이다. 지구와 가까운 저궤도 위성들을 촘촘히 연결해 통신 지연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는 AI 활용에 필수적인 통신 환경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중국은 컴퓨팅(연산) 주권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지상 데이터센터가 공격받거나 마비될 경우를 대비해 우주에서 직접 AI 연산을 수행하는 ‘삼체 컴퓨팅 위성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위성에 연산 기능을 탑재해 우주 공간을 일종의 데이터센터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의 반도체·클라우드 제재를 우회하고, 독자적인 폐쇄형 AI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유럽연합(EU)은 공공 데이터 활용을 중심에 둔다. 코페르니쿠스 프로그램을 통해 기후·환경 데이터를 장기간 축적하고, 이를 AI 분석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공공 주도의 위성 통신망 구축을 목표로 ‘아이리스 스퀘어(IRIS²)’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 HW·SW 통합해 우주산업 키워야”
전문가들은 한국이 발사 위성 수로 미·중과 정면 경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한다. 조성익 텔레픽스 대표는 “미국은 이미 위성 8000여 기로 지구 저궤도를 덮고 있고, 중국도 우주에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 중”이라며 “한국이 우주 로켓 발사 횟수로 경쟁하려 한다면 승산이 없지만, 위성 관련 소프트웨어나 데이터 분야에서는 기술 경쟁을 벌일 만하다”고 했다.
우주항공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우주 산업 관련 기업은 117곳으로, 2015년(94곳)보다 증가했다. 다만 사업 분야는 여전히 위성체 발사(32곳), 발사체 제작(29곳), 지상 장비(30곳) 등 제조 분야에 집중돼 있다. 위성을 쏘는 데서 끝나는 구조로는 지속 가능한 우주 산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한국 우주 산업의 현실적인 돌파구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 전략을 꼽는다. 위성을 직접 제조·운영하면서, 수집된 데이터를 AI로 분석하는 소프트웨어까지 함께 개발하는 ‘통합 밸류체인’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량과 AI 모델, 운영체제(OS)를 함께 통합해 경쟁력을 확보한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산업 전략과 유사하다.
국내에서도 이런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쎄트렉아이는 위성 제조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자회사 에스아이에이(SIA)를 통해 위성 영상 분석용 AI 소프트웨어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텔레픽스는 위성 제조와 AI 분석을 결합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궤도상 위성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OTA)에 성공했다. 위성을 쏘아 올리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위성의 기능을 개선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위성 하드웨어와 데이터 분석을 결합한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미국 플래닛랩스, 핀란드 아이스아이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노르웨이 방산 기업 콩스버그와 독일 AI 기업 헬싱이 협력해, 지상 통신 없이 우주에서 데이터를 즉시 분석하는 ‘우주 엣지(Edge)’를 2029년까지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최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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