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작년을 끝으로 1센트 동전인 페니(Penny) 주조를 중단했다. 이유는 명쾌하다. 1센트짜리 동전 하나를 만드는 데 구리 값과 공임이 2센트 넘게 들어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적자 구조를 더는 감당할 수 없었단다. 흥미로운 건 마지막으로 생산된 페니 묶음이 경매 시장에서 무려 247억원에 낙찰됐다는 사실이다. 액면가와 실제 가치가 별개라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나에게도 동전에 얽힌 기억이 있다. 자취하던 시절, 동네에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정육점이 있었다. 살갑게 대해주는 부부의 인상이 좋아서 자연스럽게 단골이 됐다. 하루는 자영업자 선배에게 들은 “동네 장사는 현금이 최고”라는 조언을 실천해 보려 했다. 고깃값은 9670원 정도의 애매한 금액이 나왔다. 주머니에서 짤랑거릴 동전이 귀찮기도 했고, 소상공인을 돕는단 얄팍한 시혜 의식이 들었는지 만 원짜리 한 장을 내밀면서 “잔돈은 됐습니다”라고 했다.
훈훈한 마무리를 기대했지만 늘 푸근하게 웃으시던 사장님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손님, 그러시면 차라리 고기를 만 원어치 달라고 하셨어야죠.” 내 어설픈 호의가 상대의 직업적 자존심을 건드린 셈이었다. 약간의 실랑이 끝에 결국 330원을 거슬러 받아 나왔다. 손에 쥐어진 차가운 동전 몇 닢이 그토록 무겁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사장님 내외에게 정육점은 단순히 고기를 팔아 이문을 남기는 곳이 아니라, 자신의 노동에 대한 엄격한 근면성과 자부심을 증명하는 곳이었다. 한동안 얼굴이 화끈거려 그 정육점에 발걸음을 하질 못했다.
나에게도 동전에 얽힌 기억이 있다. 자취하던 시절, 동네에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정육점이 있었다. 살갑게 대해주는 부부의 인상이 좋아서 자연스럽게 단골이 됐다. 하루는 자영업자 선배에게 들은 “동네 장사는 현금이 최고”라는 조언을 실천해 보려 했다. 고깃값은 9670원 정도의 애매한 금액이 나왔다. 주머니에서 짤랑거릴 동전이 귀찮기도 했고, 소상공인을 돕는단 얄팍한 시혜 의식이 들었는지 만 원짜리 한 장을 내밀면서 “잔돈은 됐습니다”라고 했다.
훈훈한 마무리를 기대했지만 늘 푸근하게 웃으시던 사장님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손님, 그러시면 차라리 고기를 만 원어치 달라고 하셨어야죠.” 내 어설픈 호의가 상대의 직업적 자존심을 건드린 셈이었다. 약간의 실랑이 끝에 결국 330원을 거슬러 받아 나왔다. 손에 쥐어진 차가운 동전 몇 닢이 그토록 무겁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사장님 내외에게 정육점은 단순히 고기를 팔아 이문을 남기는 곳이 아니라, 자신의 노동에 대한 엄격한 근면성과 자부심을 증명하는 곳이었다. 한동안 얼굴이 화끈거려 그 정육점에 발걸음을 하질 못했다.
지금도 가끔 동전을 볼 때마다 그때 사장님의 표정이 떠오른다. 미국 수집가들이 마지막 페니에 수백 억을 냈듯, 나에게 그때의 330원은 평생 가져갈 가치가 있는 기억으로 남았다. 언젠가 내 딸이 자라면, 그날의 동전 이야기도 꼭 들려주고 싶다. 돈의 무게는 액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주고받는 태도에 있다. 그 사실을 일러주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아비가 줄 수 있는 가장 비싼 유산이 아닐까.
[박한슬 약사·'숫자한국'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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