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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한 해체공연 어때?”… 데카당 ‘6년 만의 부활’ 이끈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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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한 해체공연 어때?”… 데카당 ‘6년 만의 부활’ 이끈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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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데카당. 진동욱(왼쪽부터), 설영인, 이현석. 래프터스 제공

밴드 데카당. 진동욱(왼쪽부터), 설영인, 이현석. 래프터스 제공


“밴드는 연애랑 비슷해요. 3년쯤 지나면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느끼죠.” 지난 12월31일, 곧 공연이 열리는 서울 마포구 씨제이(CJ)아지트 광흥창에서 만난 밴드 데카당의 프런트맨 진동욱(보컬·기타)은 6년 전 팀 해체를 ‘갈등’보다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서로서로 배려한다고 생각했지만, 누군가는 일을 껴안고 누군가는 그걸 몰라주는 순간이 왔었죠.”



데카당은 속칭 ‘잘나가는’ 밴드였다. 서울 혜화동에서 같은 고등학교를 다닌 친구(설영인∙이현석∙박창현)들이 결성한 밴드는 2017년 이피(EP) ‘ㅔ’로 데뷔했다. ‘예술 그 자체로서의 예술’을 추구한 19세기 말 데카당스 운동에서 이름을 가져오고, ‘지극히 주관적인 아름다움’을 지향점으로 내걸었다. 데뷔하자마자 2017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슈퍼 루키’에 선정됐고, 씨제이문화재단의 인디뮤지션 지원사업인 ‘튠업’에도 뽑혔다. 1집 ‘데카당’은 제16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음반 부문 후보에 올랐다. 리듬감이 살아 있는 정교한 연주가 매력적인 밴드로 평가받았다.



밴드 데카당의 프런트맨 진동욱. 래프터스 제공

밴드 데카당의 프런트맨 진동욱. 래프터스 제공


하지만 “한창 절정일 때 균열이 가장 컸다”고 진동욱은 돌아봤다. 음악 방향, 금전 문제, 인간적인 어긋남이 겹치며 2019년 해체를 선언했다. “그때 했으면 좋았을 행동이 너무 많아요.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를 선뜻 못 하던 성격이었고, 저희끼리 노는 게 너무 좋아서 음악을 알리기 위한 노력은 덜 했던 것 같아요.” 해체 뒤에도 마지막 싱글 ‘링구’가 2020년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에 오르는 등 밴드는 계속 회자됐다.



6년 동안 해체 공연을 약속해두고 끝내 하지 못한 채 헤어졌다는 사실이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었다. “‘해체 공연 한번 해보는 거 어때?’가 시작이었어요. 뭐에 매이지 말고 즐겁게 하자고.” 그렇게 재결합한 데카당은 박창현이 빠진 3인조로 재편됐다.



다시 만나고 나서는 ‘분담’이 원칙이 됐다. “당시에는 제가 행정도 일정도 거의 도맡았다”는 진동욱은 “이제는 각자 할 수 있는 파트를 확실히 나누었다”고 말했다.



이런 그의 심경이 반영된 탓일까. 최근 공개한 싱글 ‘일당백’은 제목과 달리 “내가 일당백을 할 수 있다”가 아니라 “왜 내가 일당백을 해야 하느냐”를 묻는 노래다. “내일 하루도 비단/ 다름 없다 오늘과/ 내 주어진 할당량 일당백/ 누구라도 조금만/ 덜어가면 좋겠다.” “새롭게 잘 시작해보자는 의미도 있다”며 그는 웃었다.



밴드는 오는 10~11일 단독공연 ‘데카당: 하나이면서 셋인’을 연다. ‘하나이면서 셋인’은 조지프 커수스의 설치미술 작품 ‘하나이면서 셋인 의자’에서 따왔다. “각기 다른 세 결이 하나의 흐름으로 모여 하나의 목소리로 울리는 순간”을 담겠다는 의미다. 진동욱은 “무대와 객석에 의자를 배치하는 등 오브제를 활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2025년 8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데카당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래프터스 제공

2025년 8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데카당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래프터스 제공


밴드의 라이브 원칙은 분명하다. 별도 녹음한 반주(MTR)를 쓰지 않는다. “음원 재현”에 집중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음원을 이길 수 있는 라이브를 하자”로 목표를 세웠다. 3인조만으로는 비는 자리가 있어 큰 무대에선 건반, 추가 기타, 세컨드 베이스 등 세션을 더해 6인 편성으로 확장한다. “언젠가는 토킹 헤즈처럼 정말 많은 인간들이 그룹 지어서 공연하는 걸 꿈꿔요.”



공연이 끝나면, 바로 다음 챕터인 새 이피(EP) 제작으로 넘어간다. “곡은 이미 다 나왔고, 1월 중 편곡 정리를 끝내서 5월쯤 내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팬을 ‘존재의 증명’이라고 불렀다. “음악은 듣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존재해요. 분에 넘치게 다시 열어준 기운에 뒤지지 않게, 제 기준에서 부끄럽지 않게 음악 할게요. 앞으로도 함께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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