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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4도' 진천의 새벽은 이미 '밀라노 모드'... "한국의 저력 보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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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4도' 진천의 새벽은 이미 '밀라노 모드'... "한국의 저력 보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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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 올림픽 D-36]
오전 6시 운동장서 영하 4도 추위 견디며 몸 풀고
밀라노 현지처럼 꾸며진 빙상장... "현지 적응 훈련"
2022 베이징 때보다 많은 6종목 70여 명 파견 예정
金 3개 이상 목표... "韓 쇼트트랙 저력 보여줄 것"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이 2025년 12월 23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새벽 훈련을 하고 있다. 진천=강예진 기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이 2025년 12월 23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새벽 훈련을 하고 있다. 진천=강예진 기자


'사악 사아악.'

지난달 23일 오전 7시 충북 진천선수촌 빙상장. 쇼트트랙 국가대표들이 질주할 때마다 날 선 스케이트 날이 얼음을 가르며 낮고 빠른 소리를 쉼 없이 토해냈다. 동이 채 트기도 전인 오전 6시부터 이미 훈련을 시작한 터였다. 영하 4도의 냉기와 한 차례 사투를 벌였음에도 선수들의 움직임엔 지친 기색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고글 너머로 보이는 눈빛에선 오히려 팽팽한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이탈리아 밀라노 현지처럼 꾸며 놓은 빙상장도 훈련에 긴장감을 더했다. 대한체육회가 지난 11월 올림픽 분위기 조성을 위해 새 단장한 이곳은 이탈리아 밀라노 현지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입구를 가로지른 입장 커튼은 물론, 빙판을 둘러싼 파란색 안전 펜스와 벽면 곳곳에 새겨진 'Milano Cortina 2026'. 훈련장 공기는 단숨에 올림픽 모드로 전환됐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임종언(19·고양시청)은 "빙상장 디자인이 바뀌면서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더 실감 난다"며 "한국에서 훈련하면서도 밀라노 현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몇 바퀴 전력으로 돈 뒤에도 쉴 틈은 없었다. 선수들은 숨을 고를 틈도 없이 곧장 대형 화면 앞으로 모여들었다. 코칭스태프가 실시간으로 촬영한 주행 영상을 통해 점검하기 위해서다. 자신의 레이스뿐 아니라, 동료들의 움직임까지 함께 복기하며 "이 구간에선 라인을 이렇게 타는 게 좋을 것 같다” "저 때 자세 중심이 좋다"는 등의 피드백이 자연스럽게 오갔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임종언(오른쪽)이 2025년 12월 23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새벽 훈련을 하고 있다. 진천=강예진 기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임종언(오른쪽)이 2025년 12월 23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새벽 훈련을 하고 있다. 진천=강예진 기자


6종목에 약 70명 파견 예정

현재 진천선수촌에는 쇼트트랙 외에도 유도, 역도, 사격, 수영, 철인 3종, 체조 등 330여 명의 선수들이 입촌해 있다. 코앞에 다가온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 올림픽’ 출전 선수뿐 아니라, 각종 국제대회를 앞둔 종목 선수들도 새벽부터 밤까지 쉼 없이 담금질하고 있다. 9월에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겨냥한 종목 선수들도 미리 시계를 앞당겨 움직이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2월 6일부터 22일까지 17일간 열리는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 올림픽에 빙상, 스키, 봅슬레이·스켈레톤, 컬링, 바이애슬론, 루지 등 6개 종목 약 70명의 선수단을 파견할 계획이다. 아직 일부 종목의 출전 명단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70명을 넘길 경우 6종목에 64명을 파견했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보다 선수단 규모는 더 커진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최민정(성남시청)이 2025년 12월 23일 충북 진천선수촌 빙상장에서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진천=강예진 기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최민정(성남시청)이 2025년 12월 23일 충북 진천선수촌 빙상장에서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진천=강예진 기자


목표는 금메달 3개

목표는 분명하다. 금메달 3개로, 직전 베이징 대회 때보다 금메달을 최소 1개라도 더 많이 따는 것이다. 한국은 2022 베이징 대회에서 금메달 2개로 역대 최저 성적을 기록했다. 한국이 동계 올림픽에서 한 대회 금메달 2개 이하에 그친 건 △1992 알베르빌 대회(2개) △2002 솔트레이크시티 대회(2개) 이후 처음이다. 금메달 5개를 거머쥐었던 2018 평창 대회와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세계 빙상 종목 선수들의 기량이 빠르게 상향 평준화된 상황에서 금메달 3개는 결코 쉬운 목표가 아니다. 다만 희망적인 건 '효자 종목'인 쇼트트랙이 지난해 말 열린 월드투어에서 2010 밴쿠버 대회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의 올림픽 예선 성적을 거두며 남자 500m 1장을 제외한 전 종목 출전권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스피드스케이팅도 전 종목에서 총 15장의 출전권을 배분받았다.

쇼트트랙 대표팀 맏언니 최민정(28·성남시청)은 "선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쇼트트랙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 역시 쇼트트랙은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체육회도 전방위적 지원에 나섰다. 이미 지난해 7월부터 △심리 지원 △의료 지원 △영양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수단을 아우르는 '팀업 코리아(TeamUP KOREA) 올림픽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대회 기간에는 밀라노, 코르티나, 리비뇨 등 한국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는 지역마다 급식센터를 운영해 전 종목 선수들에게 하루 두 차례 도시락을 제공할 예정이다.

진천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