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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의 맛과 섬] [272] 제주에서는 맑은 국이 좋다

조선일보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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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의 맛과 섬] [272] 제주에서는 맑은 국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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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장대국.

제주 장대국.


제주 음식의 특징을 ‘탕반’이라 하면 지나칠까. 사실 탕반 문화는 우리 음식의 특징이다. 그 흔적이 제주도에 오롯이 남아 있다. 한라산 봉우리가 하얗게 눈이 덮인 날, 뜨끈한 국물이라면 어떨까. 우영팟(텃밭)에서 뜯어 온 채소나 바당(바다)에서 건져 온 해조류를 더하고, 맑은 국물도 특징이다. 무엇보다 조리법이 간단하다. 바닷일, 농사일, 부엌일을 모두 해야 한 제주 어머니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조리법이다. 제주 국물로 멜국, 각재기국, 갈치국, 몸국, 성게미역국, 옥돔무국, 장대국 중 당신은 어떤 국을 원하시나요.

제주 시내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단표를 보다가 장대국에서 멈췄다. 이 장대가 육지에서 내가 아는 그 장대인가. 육지에서 장대는 머리가 크고 몸은 납작하고 체장이 긴 양태를 말한다. 그런데 국을 끓인다. 옆에 그려 놓은 장대 그림을 보니 모양이 지느러미가 공작새 날개처럼 아름다운 성대과 바닷물고기, ‘성대’가 분명하다. 성대는 아름다운 가슴지느러미에 연한 녹색과 청색, 그리고 밝은 색 동그란 반점이 있다. 양태가 모래와 펄이 섞인 저층에 서식하는 반면 성대는 모래가 많은 저층에 서식한다. 동해, 남해, 제주 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이유다. 제주도를 기준으로 봄과 여름철에 산란해 겨울과 봄에 맛이 좋다.

제주 장대국이 차려진 밥상.

제주 장대국이 차려진 밥상.


성대는 가슴지느러미 아래 다리 모양의 감각 기관을 이용해 바닥을 기어 다니며 새우나 갑각류를 찾아 잡아먹는다. 이 다리는 지느러미가 진화한 연한 뼈로 ‘연조’라고 한다. 성대를 처음 만난 곳은 거문도였다. 그곳에서는 ‘닭대’라고 불렀다. 경남에서는 잘대, 포항에서는 단맛이 돌아 달갱이, 보령에서는 싱대라 한다. 성대라는 이름으로 알 수 있듯이 ‘꾸욱꾸욱’ 소리를 낸다. 조기나 민어처럼 부레에 있는 근육을 압축해 내는 소리다. 비린내가 없고 식감이 쫄깃하고 단맛이 도는 횟감이라 회와 초밥과 물회로 즐긴다. 포항에서는 물회나 회로 많이 먹지만, 제주에서는 맑은 국이 좋다.

거문도에서 잡아 올린 장대.

거문도에서 잡아 올린 장대.


‘김준의 맛과 섬’ 연재를 마칩니다. 독자 여러분과 필자에게 감사드립니다.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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