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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하무인 쿠팡, 정치권 규제가 독점 만들어준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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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하무인 쿠팡, 정치권 규제가 독점 만들어준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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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시내의 한 쿠팡물류센터에 쿠팡 물류 차량이 주차돼 있다./장경식 기자

29일 서울 시내의 한 쿠팡물류센터에 쿠팡 물류 차량이 주차돼 있다./장경식 기자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책임에 대한 보상안으로 전 이용자에게 5만원 상당 포인트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실질적 배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용 빈도가 높은 로켓배송과 쿠팡이츠에는 각 5000원 씩만 배정하고, 이용 빈도가 낮고 단가가 높아 추가 결제가 필수인 여행(트래블)과 명품(알럭스)에 2만원 씩을 할당한 것이다. 배상이 아니라 마케팅에 가깝다는 소비자 반발이 쏟아졌다.

쿠팡이 안하무인식 대응을 할 수 있는 것은 온라인 유통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독점 구조를 만들어준 것이 바로 정치권이다. 2012년 여야 합의로 유통산업발전법을 제정한 이후 정치권은 전통시장 보호와 근로자 휴식권을 내세워 쿠팡 같은 온라인 플랫폼은 놔두고 이마트·롯데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사의 손발만 묶는 차별을 지속해왔다. 쿠팡이 365일, 24시간 무제한 영업을 누릴 때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휴업과 영업시간(0~오전 10시) 제한이라는 족쇄에 묶였다. 쿠팡이 새벽 배송을 할 때도 대형 마트는 영업 금지 시간대 매장 거점 배송이 원천 봉쇄돼 경쟁할 기회 자체를 박탈당했다.

그 결과 25% 넘던 대형 마트의 점유율은 10%대 초반으로 급락했고, 쿠팡이나 알리 등 이커머스 점유율은 50%를 돌파해 유통 시장을 장악했다. 같은 기간 전통시장은 전국에서 100여 곳 이상 문을 닫아 규제 목적과 거꾸로 갔다. 대형 마트가 쉬는 날 소비자는 전통 시장에 가는 것이 아니라 쿠팡에 주문했다. 정치권 규제는 쿠팡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독점을 안겨주고 결과적으로 그들을 안하무인으로 만들었다.

이 규제는 실패가 확인됐는데도 국회는 쿠팡 사태 발생 보름 전 대형 마트 영업 규제를 4년 더 연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래 놓고선 정치권은 마치 아무 책임도 없다는 듯 쿠팡 호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쿠팡이란 ‘괴물’을 키운 공범은 규제 중독에 빠져 있는 정치권이다. 오죽하면 이마트 노조가 나서 “휴식권보다 생존권이 먼저”라며 영업 규제를 풀어 달라는 성명을 냈겠나.

프랑스와 일본 등은 10여 년 전부터 유통 규제의 패러다임을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바꿨지만 표 계산에만 매몰된 우리 정치권은 규제 정치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금이라도 쿠팡이나 알리 같은 이커머스 업체만 덕을 보는 유통발전법을 개정해 시장의 경쟁력을 복원시켜야 한다. 정치권이 규제 중독병을 고치지 않는 한 소비자 주권은 침해되고 산업 경쟁력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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