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박윤서 기자(강서구)] 'Believe in process'. 세르지우 코스타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는 한 문장으로 압축됐다.
제주 SK는 29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메이필드 호텔에서 세르지우 코스타 감독 선임 기자회견을 가졌다. 앞서 제주는 지난 24일 코스타 감독 선임 소식을 알렸다.
제주는 2025시즌 강등 문턱까지 갔다가 간신히 살아남았다. 팀을 이끌던 김학범 감독은 성적 부진으로 인해 중도 사임했고, 김정수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이어 잡았다. 제주는 11위로 시즌을 마쳐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수원 삼성을 상대하게 됐고, 합산 스코어 3-0으로 승리해 K리그1 잔류에 성공했다. 제주는 잔류가 확정되자마자 감독 선임 절차를 밟았고 코스타 감독을 사령탑으로 앉혔다.
코스타 감독은 지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을 이끌었던 파울루 벤투 감독의 '오른팔'로 통한다. 당시 수석코치였고 벤투 감독이 퇴장 여파로 나서지 못했던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전에서 대신 한국을 지휘해 기적의 16강 진출에 공헌한 바 있다. 스포르팅(포르투갈), 올림피아코스(그리스), 포르투갈 대표팀, 한국 대표팀 등 수석코치를 거쳐 처음으로 감독으로 도전한다.
기자회견에서 코스타 감독은 "좋은 아침입니다. 환상적이고 특별한 이 나라에 돌아오게 되어 기쁘다. 한국 사람들, 문화, 음식, 자연 등 한국에 대한 모든 것들이 그리웠다. 돌아오게 되어 정말 기쁘고 제주 감독으로 일할 준비가 되었다"라며 취임 소감을 밝혔다.
[세르지우 코스타 제주 SK 신임 감독 기자회견 일문일답]
- 첫 감독을 한국에서 하게 됐다. 제주를 어떤 팀으로 만들고 싶나.
나의 첫 번째 목표는 과정을 믿는 분위기를 만드는 거다. 짧고 쉬운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절차를 믿고 모든 선수들과 스태프들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제주가 나와 나의 스태프들을 데려온 것에는 굉장한 노력이 있었고 우리가 여기에 와서 팬들과 구단에 좋은 성과를 가져오기 위한 준비가 되었다.
- 선수단 파악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겠지만 제주에서 보여주고 싶은 축구는 무엇인가.
선수들에 대해서 익숙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이미 파악은 끝났다. 내가 하고 싶은 경기는 주도적이고 긍정적이고 볼 소유를 하는 경기다. 팬들이 응원하고 즐길 수 있는 퍼포먼스를 보이는 경기를 하고 싶다. 벤투 감독과 비슷한 경기를 할 수도 있다. 벤투 감독의 DNA가 나에게도 있기 때문이다. 세 가지 포인트가 중요한데 규율, 조직, 야망이다.
- 지난 시즌 제주의 장단점은 어떻게 보았나.
장점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있으나 약점은 삼가겠다. 선수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능력이 있었다. 특별하게 미드필더 선수들이 장점이 많았고 잠재력이 뛰어난 유망주들도 있었다. 필요한 포지션에 대한 보강이 있어야겠지만, 파트별 전문가들과 같이 이야기하며 그런 부분을 채워가도록 노력하겠다. 제주의 모든 분야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우리가 합심해서 개인뿐만 아닌 우리 모두의 성공에 대한 목표를 갖고 있다.
- 벤투 감독과 18년 동안 같이 했다고 들었다. 조언을 들은 것이 있나.
벤투 감독은 나와 가장 친한 친구고 우린 매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지도자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인물이다. 벤투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구단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나의 커리어와 가족들이라고 조언했다. 난 여기에 큰 책임감을 안고 왔다. 제주가 가진 프로젝트를 잘하겠다는 일념하에서 이 자리에 왔다.
- 포르투갈전을 돌아보면 어떤가.
정말 특별한 순간이었다. 오직 이겨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가나전은 우리가 질 경기가 아니었다. 월드컵에서의 모든 순간은 특별했다. 포르투갈전 첫 번째 골은 코너킥에서 나왔고 두 번째 골은 손흥민과 황희찬이 만들었다. 우리 가족은 당시 병원에 있었는데 한국 팬들에게 승리를 가져다준다는 느낌은 엄청났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 우루과이-가나 경기를 지켜봤는데 원하는 결과가 나왔을 때 그 기쁨이 폭발하는 느낌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 해외에서 감독으로서 첫발을 내딛는 포부는 무엇인가.
여기가 외국이라고 했는데 나에게 한국은 외국이 아니다. 난 여기서 4년 반이라는 시간을 보냈고 어떻게 보면 나의 고향과도 같다. 행복한 기억이 있고 가족들과 여기 돌아오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 될 거라 생각한다. 한국에서 감독을 시작하는 것 또한 좋은 부분이다.
- 제주의 프로젝트 중 어떤 부분이 마음을 움직였나.
우선적으로 클럽의 노력에 감동했다. 나를 진정으로 원한다는 걸 느꼈고 제주의 프로젝트에서 다음 시즌의 선수 구성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나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난 여기에 와서 조직적으로 어떻게 더 발전할 수 있는지를 고민했고 1군과 유스 모두 발전시키려 한다. 이런 부분들이 나를 제주로 이끌었다.
- K리그의 특징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또, 어떤 점에서 경쟁력을 보여주고 싶나.
다른 K리그 팀들을 봤을 때 굉장히 좋은 선수들로 구성이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의 기술이 가장 좋고 성실함은 내가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다. 경기 내적으로는 밸런스가 깨진 부분이 많이 보였다. 난 경기를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고 싶다. 공수 밸런스를 갖추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가 파이널 써드에 들어가면 더 역동적이고 자유로운 상황을 만들 것이고 전환 상황에서 문제점이 나오지 않게끔 팀을 잘 꾸려가겠다. 확실한 것은 우리가 주도하고 압도하는 것이며 기다리지 않는 거다. 우리가 지더라도, 우리의 철학 속에서 질 것이며 우리는 그 철학을 끝까지 이뤄낼 것이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한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며 1월 5일부터 우리는 시작한다.
- 2026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눈여겨본 선수가 있나.
우리의 목표는 'Believe in process'다. 많은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순간들이 있을 거다. 우리가 이런 철학을 갖고 접근한다면 부정적인 순간들을 많이 겪지 않게 될 것이다. 선수 개인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고 모든 선수들이 좋은 능력과 기량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팀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선수보다도 나보다도 팀이 우선이다. 나이, 국적 등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팀이 가장 우선된다.
- 정조국 코치가 합류하는데 어떻게 알고 있고, 어떤 모습을 기대하나.
난 정조국 코치와 조재철 코치 두 명의 한국인 코치와 두 명의 포르투갈 코치와 일하게 될 것이다. 국적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우리는 하나의 그룹으로서 같이 일할 것이다. 정조국 코치와 만나면서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도 많이 나눴고 내가 여기 있는 동안 도움을 많이 주실 것 같고, 조재철 코치와는 타 팀 외국인 선수들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다.
- 어느 정도 시간이 주어지면 원하는 축구를 할 수 있나.
프리시즌이라는 시간이 있다. 시간을 핑계로 댈 것이라 한다면 여기 있지는 않았을 거다. 내 철학에 의심이 있었다면 집에서 가족들과 있는 게 더 편했을 것이다.
- 여러 수치 중 가장 중요하게 볼 '숫자'는 무엇인가.
수치 해석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서 경기 중에 센터백이 가장 많은 패스를 하는 선수들인데 좌우 패스인지 전진 패스인지 어떤 패스를 하는지가 중요하다. 2018년에서 2022년까지 한국 대표팀에서 볼 소유를 길게 하는 것에 비판을 받았던 걸 기억한다. 축구는 쉽게 보이지만 복잡하고 어려운 부분도 있다. 우리는 포지션을 잡고 점유율을 높이고 공격하는 과정에서도 상대의 역습에 항상 대비할 것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수비를 펼칠 것이며 모든 선수들이 참여해야 한다. 이 부분은 그 누구도 제외될 수 없다.
- 제주가 바이에른 뮌헨, LAFC와 파트너쉽을 맺었다. 어떤 계획과 생각이 있나.
이 부분에 대해서 답변을 피하고 싶은 건 아니다. 난 어제 도착했고 가장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는 건 선수단 구성과 구단과의 소통이다. 이 부분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질문에 답변을 드리지 못해 미안하다.
- 세 가지 중요한 요소로 규율, 조직, 야망을 이야기했는데 선수들이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임해야 하나.
규율은 선수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클럽 구성원 모두에게 해당한다. 가치를 공유하고 규칙을 지키면서 규율 안에 나이, 국적 등은 중요하지 않다. 조직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훈련 중이든 경기 중이든 조직력이 없으면 혼란에 빠진다. 야망에 관해서는 우리가 매 경기를 치르면서 만들어가는 것이며 최고의 팀이 최고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 세 가지는 항상 같이 생각해야 하며 강조되어야 할 부분이다.
- 감독과 코치는 다른 직책이다. 제주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 하나를 꼽는다면 무엇인가.
난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역할에서 책임감을 갖고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난 벤투 감독과 일할 때도 수석코치였지만 벤투 감독을 항상 생각하게 만들었다. 의견이 다르더라도 항상 의견을 주장했고 난 이런 부분을 코치들에게도 기대한다. 자신들의 의견을 주장하고 나를 생각하게 만들고 최선을 다해주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역할만 다를 뿐이지, 가진 책임감은 같다. 질문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내가 처음으로 감독한다고 해서 걱정하는 건 없다.
더 많이 듣고 말을 줄일 것이다. 그러니 귀가 두 개, 입이 한 개 있는 것이다. 제주 같은 큰 클럽에서 일하게 되어 큰 책임감을 느낀다. 우린 함께 해낼 것이다.
- 한국어는 어느 정도 할 수 있는가. 제주에 가본 경험이 있는지, 어떤 한국 음식이 좋은가.
제주에 가본 경험이 있다. 찌개, 비빔밥이 가장 좋았고 후라이드 치킨은 나를 미치게 만들었으며 삼겹살이 좋았다. 한국어 수준은 좋지 못하다. 톨게이트 지날 때 할 수 있는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뿐이다. 잘한다고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지금부터 많이 공부하고 발전하도록 하겠다. 축구에서는 '빨리 빨리'라는 말은 알고 있다.
- 한국행이 결정되었을 때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세 명의 자녀들은 굉장히 좋아했다. 한국을 바로 가고 싶어했지만 학교를 다녀야 해서 4월이나 올 것 같고, 6월에 제주에서 학교를 다닐 가능성도 있다. 내 와이프도 한국의 사람과 문화를 그리워했고 친구들도 많다. 한국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솔직하고 성실하며 좋은 사람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행복하게 지내는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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