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탑
돌 하나 들어 올려
귀를 씻고
입을 닦아
돌 하나 들어 올려
귀를 씻고
입을 닦아
말의 무게를 고요히 다져
사람과 부처 사이에
올려 두네
사람 속에도 돌이 있어
거칠고 차가워도
서로 받쳐 주면
모난 틈에도 빛이 스며드네
돌 속에서도 부처가 있다 하나
층층 돌탑이 쌓이고 늘어 갈수록
사람들을 닮아 가네
사는 일,
이미 수행이었네
두 손 모아
결국 사람을 받드는 일이었네
-홍경희(1966~)
문태준 칼럼 |
-----------
시인은 돌 위에 돌을 올려 돌탑을 쌓는다. 차곡차곡 돌탑을 쌓는 일은 기원(祈願)을 담는 일이라고 하지만, 시인은 돌이 곧 ‘말’이라는 생각을 한 듯하다. “말의 무게”를 느끼고 있는 듯하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거칠고 사나운 말을 씻고 닦아서 부드럽고 다정한 말로 바꾼다.
또한, 시인은 하나씩 돌을 얹어 돌탑을 만들면서 사람을 발견한다. 돌탑의 모양에서 사람의 형상을 보고, 돌을 괴고 앉힌 것에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재차 인식한다. “서로 받쳐 주”는, 거들고 도와주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이처럼 사람을 소중하게 모시는 일을 다른 시에서는 “따뜻한 배경”이 되고, “빛을 건네는” 일이라고 썼다.
홍경희 시인은 제주의 바닷가 마을 귀덕에서 태어나 제주에 살고 있다. 최근에 펴낸 시집에서도 “파도들은 아직도/ 나를 깎고, 쌓고, 빚어 가네”라고 읊었고, “나는 계절이 바뀌어도 여전히 생선을 굽고,/ 바다가 밀려오는 소리를 듣겠지”라고 노래했다.
[문태준 시인]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