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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이 보여주는 시대의 풍경…'미식가의 메뉴판'

연합뉴스 고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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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이 보여주는 시대의 풍경…'미식가의 메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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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작가 나탈리 쿡 신간…메뉴판에 담긴 문화사
파리 레스토랑 '레 트로아 프레르 프로방소'의 19세기 초 메뉴(왼쪽)와 20세기 초 프랑스 레스토랑 '그랑 부이용 샤르티에' 모습

파리 레스토랑 '레 트로아 프레르 프로방소'의 19세기 초 메뉴(왼쪽)와 20세기 초 프랑스 레스토랑 '그랑 부이용 샤르티에' 모습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핫도그, 차가운 칠면조, 소시지, 크랜베리 젤리, 그린 샐러드, 딸기 쇼트케이크….

특별할 것 없는 소박해 보이는 이들 음식은 1939년 영국 조지 6세와 엘리자베스 왕비가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미국 측이 준비한 하이드 파크 피크닉 메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고조되던 시기 영국 국왕이 미국을 방문해 양국 우호를 다지는 중요한 자리였지만 음식뿐 아니라 흰 바탕에 타자기로 쓴 메뉴판의 외양까지도 의도적인 소박함이 묻어난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조지 6세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핫도그 먹는 법을 묻자 아버지는 "그냥 입에 넣고 다 먹을 때까지 계속 씹으면 된다"고 답했다는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한 장의 메뉴판이 그 시대와 장소, 사람들에 대해 많은 것을 얘기해줄 때가 있다.

캐나다 영문학자 나탈리 쿡이 쓴 '미식가의 메뉴판'(교보문고)은 동서고금의 메뉴판으로 읽는 문화사다.


저자는 메뉴판이 단순한 음식 목록이 아니라 "다양한 음식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가 세계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며, 시대마다 달라지는 전통과 취향의 변화를 기록한 산물"이라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거리 노점이나 주점에서 준비된 음식을 '주는 대로' 먹었던 시절을 지나 18세기 후반 프랑스 혁명 이후 현대적인 레스토랑이 등장하면서부터 메뉴판의 역사는 시작됐다.


19세기 들어 음식 산업의 발전과 인쇄기술의 발달과 함께 메뉴판은 빠르게 대중화했다.


메뉴판 자체가 기념품 내지 예술작품인 경우도 있다.

프랑스 화가 툴루즈 로트렉은 19세기 말 다양한 메뉴판 삽화 작업을 했는데 이 삽화에선 당대 파리지앵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1950년대 팬 아메리칸항공은 기내식 메뉴판을 엽서형으로 제작해 승객에게 기념품으로 배포했다. 철도 여행에서 승객이 비싼 식기류 대신 메뉴판을 챙겨가도록 일부러 기념품처럼 제작하기도 했다.


어린이만을 위한 메뉴판도 속속 등장했다. 메뉴 항목은 읽기 쉬운 대문자로 표기되고 알록달록한 삽화가 곁들여지는가 하면 색칠, 퍼즐, 선 잇기 등 놀이 도구 역할을 하는 메뉴판도 생겼다.

사람들의 입맛과 취향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식당들의 마케팅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메뉴판을 통해 엿볼 수 있다.

교보문고. 320쪽.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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