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급 선수들 신었던 '토탈90' 상표권 만료되자 개인이 등록
"250만달러 달라" 요구에 나이키 불응하자 소송전
"250만달러 달라" 요구에 나이키 불응하자 소송전
2004년 판매된 나이키 '토탈 90' 시리즈 축구화 |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2000년 출시된 나이키의 축구화 시리즈 '토탈 90'(Total 90)은 독특한 디자인과 뛰어난 공 제어력으로 전 세계 축구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축구 경기 시간(90분)에서 이름을 따온 이 축구화는 루이스 피구(포르투갈·53), 웨인 루니(잉글랜드·40), 티에리 앙리(프랑스·48), 호나우지뉴(브라질·45) 등 전설적인 선수들이 광고 모델로 출연하거나 직접 착용해 유명해졌다.
예전의 인기는 아니지만 나이키는 여전히 '토탈 90' 로고가 붙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 국내 소셜미디어(SNS)에서도 '토탈 90' 상품평을 찾아볼 수 있다.
나이키는 내년 6월 개막하는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과거와 비교해 존재감이 다소 미약해진 '토탈 90' 상품들을 재출시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새로운 축구화, 유니폼을 출시하고 호주 멜버른, 이탈리아 밀라노 등에서 관련 행사를 마련했다.
하지만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이 같은 마케팅 계획이 난데없이 유소년 축구 코치로 인해 제동이 걸릴 처지에 놓였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나이키로서는 '토탈 90' 상표권이 2019년 만료된 것이 화근이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출신의 휴 바틀렛(35)은 지난해 나이키 법무팀에 이메일을 보내 자신이 '토탈 90' 상표권을 등록했다고 알렸다.
바틀렛은 그러면서 '토탈 90' 의류와 신발을 개발했다며 양측이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실제로 구글에서 '토탈 90'을 영문으로 검색하면 나이키 홈페이지 다음으로 바틀렛이 만든 '토탈 90' 사이트가 가장 윗부분에 나온다. "열정적인 축구 애호가들로 이뤄진 활기찬 커뮤니티"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토탈 90' 사이트에서는 각종 축구용품을 판매하고 다양한 축구 소식을 전하고 있다.
지난 5일 미국 워싱턴DC의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식 |
나이키는 지난 10월 바틀렛에게 약 8만 달러(1억1천600만원)에 상표권을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바틀렛과 변호사는 250만 달러(36억1천700만원)를 요구했고, 나이키가 이에 응하지 않자 나이키를 상표권 침해로 고소했다.
나이키는 일단 1차전에서 승리했다. 루이지애나 동부 지방법원이 나이키의 '토탈 90' 제품 판매를 임시 중단해달라는 바틀렛의 가처분 신청을 이번 달에 기각한 것이다.
판사는 바틀렛의 회사가 나이키와 경쟁 관계에 있거나 소비자들이 양사의 제품을 혼동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증거를 바틀렛이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앞으로 본 소송에서는 나이키가 등록 갱신을 하지 않음으로써 '토탈 90'의 상표권을 포기했는지를 바틀렛이 입증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린 시절부터 축구 팬이었던 바틀렛은 대학 시절 학생 리그에서 뛰었으나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었다. 현재는 만 8∼10세 어린이 축구팀 10개를 총괄하는 코치로 일하고 있다.
선수 시절 '토탈 90' 축구화를 신었던 그는 자신이 개발하려던 축구 관련 애플리케이션(앱) 이름을 물색하던 중 '토탈 90'의 상표권이 만료된 사실을 알아차리고 2022년 상표 등록을 신청했다고 한다.
나이키의 '토탈 90' 상표권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은 엇갈린다.
노스이스턴대학의 상표법 전문 알렉산드라 로버츠 교수는 "누군가 물건을 떨어뜨렸다고 바로 주워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나이키가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나이키는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자사가 '토탈 90'에 대한 관습법상의 권리를 보유한다며 바틀렛을 '돈을 노리는 갈취범'이라고 묘사했다.
반면 바틀렛의 변호사 자레드 브래들리는 "그들(나이키)이 우리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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