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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두, 남도 수묵 40년 붓질의 시간…‘색의 결, 획의 숨’

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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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두, 남도 수묵 40년 붓질의 시간…‘색의 결, 획의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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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립미술관서 초대전
전남도립미술관, 김선두 초대전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전남도립미술관, 김선두 초대전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한국화가 김선두(67)는 남종 문인화의 거목으로 평가받는 김천두(1928~2017)의 장남으로, 동생 김선일과 아들 김중일로 이어지는 한국 화단에서도 드문 3대 화가 가계를 이룬다. 전남 장흥 출신인 그는 중앙대학교 한국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오랜 기간 후학을 양성해왔다.

1980년 이종상에게 사사하며 본격적인 작가 수업에 들어갔고, 1984년 제7회 중앙미술대전 대상 수상을 계기로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전통 수묵과 채색의 언어를 기반으로 한 그의 회화는 이후 남도 풍경과 삶의 감각을 품은 독자적 조형 세계로 확장되며, 한국화의 동시대적 가능성을 꾸준히 탐색해왔다.

소설가 이청준과의 오랜 예술적 교류,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에서 오원 장승업의 그림 대역을 맡은 경험,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 표지화 작업 등은 그의 회화 세계가 문학과 영화로까지 확장돼 왔음을 보여준다.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 김선두 초대전 ‘색의 결, 획의 숨’은 남도 수묵의 정신을 토대로 전통 한국화의 미학을 동시대적으로 확장해 온 김선두의 40여 년 예술 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전시다.

전남도립미술관, 김선두 초대전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전남도립미술관, 김선두 초대전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2026년 3월 22일까지 펼치는 전시는 고향과 남도의 자연에서 출발한 ‘남도 시리즈’를 비롯해 ‘낮별’, ‘느린 풍경’, ‘지지 않는 꽃’, ‘아름다운 시절’ 등 주요 연작을 폭넓게 소개한다. 대형 신작 ‘밤길’과 함께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미공개 작품들도 다수 포함돼, 작가의 조형적 탐구와 회화적 실천을 입체적으로 살필 수 있다.

김선두 회화의 핵심은 전통 한지인 장지 위에 분채와 안료를 수십 차례 반복해 쌓아 올리는 독자적인 채색 기법에 있다. 색은 장지의 섬유 속으로 천천히 스며들며 겹겹이 축적되고, 이 중첩의 시간은 화면 위에 깊은 ‘색의 결’을 형성한다. 이는 단순한 채색을 넘어, 오랜 수행과 사유의 흔적이 응축된 회화적 시간이다.


전시 제목 ‘색의 결, 획의 숨’은 이러한 미학을 함축한다. ‘모든 길이 노래더라’, ‘그거이 달개비꽃이여’, ‘사람다운 길은 곡선이라야 한다’, ‘우리 그림을 위하여’로 이어지는 각 장은 남도 풍경, 들꽃의 생명력, 삶의 속도에 대한 성찰, 그리고 한국화의 동시대적 가능성을 차례로 펼쳐 보인다.

전남도립미술관, 김선두 초대전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전남도립미술관, 김선두 초대전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또한 전시장에는 ‘시와 그림’을 매개로 한 참여형 공간이 마련된다. 김선두는 “내게 시는 지난한 붓질의 이유이자 원동력”이라 말해왔다. 그의 회화는 남도의 땅을 걸으며 마주한 삶과 자연을 ‘길’이라는 서사로 풀어내며, 관람객은 작품을 따라가듯 감상하며 수묵이 드러내는 시간의 결을 천천히 체험하게 된다.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는 김선두 예술에 축적된 색의 시간과 획의 호흡을 고요히 경험하며, 남도 수묵의 정신이 오늘의 삶과 회화 속에서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리”라며 “지역 작가로서 독자적인 회화 언어를 구축해 온 김선두의 작업이 연구와 담론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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