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정 기자]
[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지난 2024년이 포털 업계에 불확실성과 위기가 교차한 해였다면, 2025년은 그 위기 속에서 준비해 온 전략들을 어느 정도 성과로 입증한 한해였다.
네이버의 경우 라인야후 사태로 대표되는 글로벌 리스크와 검색 경쟁 심화라는 이중 과제 속에서도 기술 내재화를 중심으로 본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카카오 역시 총수 부재라는 초유의 경영 리스크 속에서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비용 구조를 재편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회복했다.
양사는 이제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이용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행동을 대신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시대로의 전환을 예고하며 2026년 새로운 경쟁 국면을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지난 2024년이 포털 업계에 불확실성과 위기가 교차한 해였다면, 2025년은 그 위기 속에서 준비해 온 전략들을 어느 정도 성과로 입증한 한해였다.
네이버의 경우 라인야후 사태로 대표되는 글로벌 리스크와 검색 경쟁 심화라는 이중 과제 속에서도 기술 내재화를 중심으로 본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카카오 역시 총수 부재라는 초유의 경영 리스크 속에서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비용 구조를 재편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회복했다.
양사는 이제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이용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행동을 대신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시대로의 전환을 예고하며 2026년 새로운 경쟁 국면을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 '라인야후' 파고 넘었다…'온서비스 AI'로 최대 실적 달성
네이버에게 2025년은 글로벌 리스크 관리와 본업 경쟁력 회복이 동시에 요구된 해였다. 2024년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 이후 불거진 라인야후 사태는 네이버에 데이터 주권과 기술 자립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최수연 대표가 지분 매각 불가 방침을 분명히 하며 사태를 수습한 이후, 네이버는 자체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소버린 AI' 전략을 통해 중동 등 해외 시장 진출을 가시화했다.
국내에서는 '온서비스 AI' 전략이 본격적으로 작동했다. 별도의 AI 앱을 내놓기보다 검색, 쇼핑, 광고 등 기존 서비스 전반에 생성형 AI를 밀착시키는 방식이다.
네이버는 AI 기반 개인화 쇼핑 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선보이며 특정 소비층을 중심으로 이용자 유입을 확대했고, 검색 광고 영역에서는 '애드부스트' 등 AI 기반 자동화 도구를 도입해 광고 효율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네이버는 2025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1381억원, 영업이익 570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5% 이상 성장하는 등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플랫폼으로의 검색 이탈 우려 속에서도 네이버가 검색과 커머스라는 본업의 기초 체력을 AI를 통해 방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군살' 뺀 카카오, 수익성 회복…'카나나'로 재도약 채비
카카오는 2025년 내내 거버넌스 리스크 관리가 핵심 과제였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과 재판이라는 상황 속에서 정신아 대표 체제는 고강도 구조조정과 비용 효율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판을 받던 계열사 구조를 정비하며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것이다. 실제 카카오는 지난 2023년 말 138개였던 계열사를 올해 말 두 자릿수 대까지 줄이며 고강도 다이어트를 단행했다.
이 같은 체질 개선은 수익성 지표로 이어졌다. 카카오는 2025년 3분기 영업이익 2080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처음으로 2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영업이익률 역시 두 자릿수 수준으로 회복됐다.
서비스 측면에서는 카카오톡 개편이 가장 큰 변화였다. 친구 탭을 피드형으로 전환하고 숏폼 콘텐츠를 도입해 체류 시간을 늘리려는 시도였다. 일부 이용자 반발이 이어지자 카카오는 지난 16일 친구목록을 기본 화면으로 되돌리는 업데이트를 단행했다. 다만 톡비즈 광고 매출 성장이라는 측면에서는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의 중장기 전략 중심에는 초개인화 AI '카나나'가 있다. 카나나는 개인 메이트 '나나'와 그룹 메이트 '카나'를 통해 대화 맥락과 관계를 이해하는 AI 서비스를 지향한다. 기존 카카오톡이 보유한 강력한 소셜 그래프를 AI와 결합해 새로운 이용 경험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유틸리티' vs '관계형'…확연히 갈린 AI 전략
2025년 네이버와 카카오의 AI 전략은 방향성과 접근 방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네이버는 '풀스택&헤비' 전략을 선택했다. 매출의 2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하고 대규모 GPU 인프라를 확보하는 등 기술 주권 확보에 집중한 뒤 이를 검색·커머스·광고 전반에 적용해 즉각적인 성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AI를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강력한 '도구'로 활용한 셈이다.
반면 카카오는 '경량&오케스트레이션' 전략에 무게를 뒀다. 자체 모델 개발과 함께 외부 AI 모델을 병행 활용하며 기술 자체보다 사용자 경험과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췄다. 카카오는 AI를 정보 처리 도구가 아닌 '관계형 파트너'로 정의하고, 카나나를 통해 메신저 내 체류 시간과 상호작용 빈도를 높이려는 전략을 취했다.
이는 양사의 사업 구조 차이에서 비롯된 선택으로 풀이된다. 검색과 커머스를 기반으로 한 네이버는 정확성과 전환율이 핵심이기 때문에 고성능 자체 AI가 필요하고, 메신저 중심의 카카오는 대화 맥락과 연결성이 중요해 UX 중심 전략이 유효했기 때문이다.
◆2026년은 '에이전트' 원년…'검색' 넘어 '대행' 시대로
2026년은 포털 업계에서 '에이전트 이코노미'가 본격화되는 시점이 될 전망이다.
네이버는 내년 상반기 공개 예정인 통합 AI 에이전트 '에이전트 N'을 중심으로 검색, 쇼핑, 지도, 결제 등 전 서비스 데이터를 연결하는 전략을 준비 중이다. 이용자의 요청에 따라 정보 탐색을 넘어 예약, 결제, 일정 관리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증권가에서는 네이버파이낸셜을 중심으로 한 금융 연계 확장 가능성도 함께 거론하고 있다.
카카오 역시 카나나의 고도화와 함께 카카오톡 내 AI 비서 기능을 강화하며 '앱 위의 앱'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외부 사업자들이 카카오톡 생태계 안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의 확장도 예상된다.
규제 환경은 여전히 변수다. 한·미 통상 환경 변화로 온라인 플랫폼 규제 논의의 방향은 조정되고 있지만, 국내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규제 가능성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여기에 유튜브 쇼핑, 틱톡 숍 등 글로벌 빅테크의 커머스 공세 역시 2026년 경쟁 구도를 흔들 변수로 꼽힌다.
2025년이 위기 속에서 체질을 다진 해였다면, 2026년은 누가 더 효과적으로 이용자의 시간을 점유하고 행동을 '대행'하느냐를 가르는 해가 될 전망이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AI 에이전트 경쟁은 이제 서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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