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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도는 ‘응급실 뺑뺑이’ 대책…‘배후진료 강화’ 난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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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도는 ‘응급실 뺑뺑이’ 대책…‘배후진료 강화’ 난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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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구급대원이 환자를 살펴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구급대원이 환자를 살펴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


“걱정이 많다. 정부도 대안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해결이) 쉽지 않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22일 밤 서울 종로소방서에서 마련한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응급실 뺑뺑이(미수용)’ 응급환자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지만,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한 것이다. 앞서 보건복지부의 대통령 업무보고(16일)에서도 같은 상황이 생중계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거듭 대책을 물었으나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실태와 근본 원인은?





복지부와 소방 쪽 모두 ‘배후진료’(응급 처치 이후 이뤄지는 전문적인 최종 치료) 인프라 부족을 핵심 원인으로 꼽는다. 응급환자를 치료할 의사가 없거나 병상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응급실 뺑뺑이가 비수도권에 더 잦은 것도 해당 지역에 필수의료 전문의가 적어서다. 적절한 치료를 할 의사가 없더라도 일단 병원이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구급대원보다는 병원이 더 전문적이지 않냐는 것이다. 현실에선 작동이 쉽지 않다. 제대로 치료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환자를 수용했다가 잘못되면, 병원과 의사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응급실 뺑뺑이’가 얼마나 일어나고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기준이 분명하지 않아 통계가 없다. 수용 병원을 찾기까지 걸린 시간이나 전화 횟수 등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소방청 자료(2023~2024년)를 보면, 1년에 구급차를 이용한 이송은 평균 180만~200만건 정도다. 이 가운데 30분을 초과하는 이송은 6만~7만건이고, 60분을 넘는 경우는 1만건 내외, 전화를 20통 이상 돌린 사례는 약 1200건이다.






병원과 소방의 연계 미흡





구급대원이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선 응급실 종합상황판을 보고 판단한다. 하지만 소방은 상황판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상황판에는 응급실 병상이 있다고 표시되지만, 막상 전화를 해보면 환자를 받을 수 없다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소방 쪽에선 “구급대원이 병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응급실 수용 능력’을 확인해야 하는 법 조항이 삭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응급의료법)은 구급대원이 병원의 수용 능력을 확인하고, 환자의 상태 등을 알리도록 돼 있다.



응급환자 이송 시스템이 소방과 복지부로 이원화돼 있는 것도 혼란을 부추긴다. 구급대원들은 소방 산하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 적절한 병원을 찾아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중증응급환자는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광역상황실을 통해 수용 가능한 병원을 알아본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있는 광역상황실이 119센터보다 ‘수용 병원 찾기’엔 나은 상황이지만 소방 쪽의 불신이 크다. 광역상황실은 심정지 등 사실상 사망 직전에 이른 환자일 경우에만 이용할 수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 문제로 소방과 복지부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구급대원이 광역상황실을 아예 이용하지 않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김민석 총리도 지난 22일 “최근 두세차례 간담회에서 소방대원과 병원 쪽 의견을 들었지만, 입장 차이가 잘 좁혀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법은?





소방과 복지부 모두 ‘배후진료 인프라 부족’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말한다. 적절한 보상체계 등으로 중증응급환자를 볼 수 있는 의사를 시급히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론 중증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할 경우 119구급상황관리센터(소방)와 광역상황실(복지부)이 공동대응할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 마련 등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어은경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응급의학과)는 최근 토론회 등에서 “응급실에 오기 전엔 행정안전부 소관의 소방이 담당하고, 응급실에 와서는 복지부 소관인 의료진이 환자를 맡는다”며 “정보 시스템과 상황센터도 두가지다. 이원화된 구조가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연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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