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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중인데… 쿠팡 “계정 3000개 저장, 유출없다” 셀프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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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중인데… 쿠팡 “계정 3000개 저장, 유출없다” 셀프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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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출사태 자체 조사 일방 발표 논란

“유출자가 하천에 버린 노트북 회수
범행 일체 자백… 일련번호도 확인”

당국 “민관합동조사단 확인 안 거쳐”
“비난 여론 희석 꼼수” 비판 불가피
경찰, 노트북 임의제출 받아 확인 중
쿠팡 고객 3370만명의 계정 정보가 유출된 사태와 관련해 민관합동조사단 조사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쿠팡이 “유출자가 외부로 전송한 데이터는 없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즉각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며 쿠팡의 기습 발표를 비판했고, 경찰은 쿠팡 발표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다. 그동안 부실한 개인정보 관리와 사후 대응으로 국민적 불신을 자초한 쿠팡의 섣부른 자체 조사 내용 공개를 두고 부적절했다는 지적과 함께 또다른 파장이 예상된다.

쿠팡은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개인정보를 유출한 쿠팡 전 직원이었던 유출자를 특정하고, 고객 정보 유출에 사용된 노트북과 하드 드라이브 등 장치를 회수했다고 전했다. 쿠팡은 “‘디지털 지문’ 등 포렌식 증거를 활용해 고객 정보를 유출한 전직 직원을 특정했다”면서 “유출자는 행위 일체를 자백하고 고객 정보에 접근한 방식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 모습. 뉴스1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 모습. 뉴스1


쿠팡에 따르면 유출자는 재직 중 취득한 보안 키를 탈취해 3300만 계정의 고객 정보에 접근한 뒤 약 3000개 계정에서 이름과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 일부 주문정보 등을 데스크톱 PC와 노트북에 저장했다. 여기에 포함된 공동현관 출입번호는 2609개다. 결제정보와 로그인 관련 정보, 개인 통관부호에 대한 접근은 없었다. 유출자는 이번 사태에 대한 언론보도를 접한 후 극도의 불안감에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했으며, 고객 정보 중 제3자에게 전송된 데이터는 일절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출자는 또 ‘(데이터 유출에 사용한) 맥북 에어 노트북을 물리적으로 파손한 뒤 쿠팡 로고가 있는 에코백에 벽돌을 채워 하천에 던졌다’고 진술했다. 이에 잠수부를 동원해 해당 하천을 수색한 결과 벽돌이 담긴 쿠팡 에코백에서 해당 기기를 회수했다고 한다.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유출자의 아이클라우드(iCloud) 계정에 등록된 일련번호와 정확히 일치했다는 게 쿠팡 측 설명이다.

쿠팡은 “사건 초기부터 엄격한 포렌식 조사를 위해 최상위 글로벌 사이버 보안 업체인 맨디언트, 팔로알토 네트웍스, 언스트앤영에 의뢰해 조사를 진행해왔다”면서 “현재까지 조사 결과는 유출자의 진술 내용과 부합하며, 유출자의 진술과 모순되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쿠팡은 지난 17일 유출자의 진술서 제출을 시작으로 관련 장치 등 자료가 확보되는 즉시 정부에 제출해왔다고 부연했다.

쿠팡은 “최근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이 고객들에게 얼마나 큰 우려를 불러일으켰는지 책임을 통감한다. 수많은 국민이 걱정과 불편을 겪게 된 것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향후 진행될 조사 경과를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고객 보상 방안도 조만간 별도로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 조사와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던 쿠팡이 관계 기관과 협의도 하지 않은 채 불쑥 자체 조사 내용을 밝히자 비판 목소리가 높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민관합동조사단에서 정보 유출 종류 및 규모, 유출 경위 등에 대해 면밀히 조사 중”이라며 “쿠팡이 주장하는 내용은 민관합동조사단에 의해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반박했다. 당국은 “민관합동조사단에서 조사 중인 사항을 쿠팡이 일방적으로 대외에 알린 데 대해 쿠팡에 강력히 항의했다”며 불쾌감을 내비쳤다.

쿠팡 측은 정부가 발끈하자 내부적으로 당혹스러워하는 기류다. 쿠팡은 자체 검증 내용을 며칠 전 관계 당국에 알린 후 민관합동조사단 차원의 중간 브리핑 등 당국의 설명을 기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당국이 별 움직임이 없자 국민 불안과 혼란 최소화를 명분 삼아 서둘러 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큰 잘못을 저질러 조사·수사 대상이 된 기업으로선 어울리지 않는 처신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비난 여론을 희석하고 당국의 조사·수사 동력을 약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경찰은 쿠팡 측 주장의 사실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지난 9일부터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를 7차례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와 21일 쿠팡 측으로부터 피의자가 작성하고 사용했다는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제출받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실제 (진술서) 작성 여부와 범행에 사용된 증거물인지 등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정·이정한·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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