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비즈 언론사 이미지

[경제 포커스] 수입 밀 1위 쟁탈전... 호주산이 미국산 따라잡은 비결은

조선비즈 이현승 기자
원문보기

[경제 포커스] 수입 밀 1위 쟁탈전... 호주산이 미국산 따라잡은 비결은

서울맑음 / -3.9 °
우리나라의 제분용 밀 수입국 1위 자리를 놓고 미국과 호주가 엎치락뒤치락 하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두 나라는 2024~2025년 밀 생산량이 각각 세계 5위, 7위인 밀 생산 대국이다.

수십 년 간 미국이 압도적 1위였지만 최근 10년새 호주가 한국 수출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산 밀이 바삭하고 단단한 식감의 빵과 과자를 만드는 데 많이 쓰인다면, 호주산 밀은 쫄깃한 식감 덕분에 주로 면을 만드는 데 들어간다고 한다.

1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밀가루를 구매하고 있다. / 뉴스1

1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밀가루를 구매하고 있다. / 뉴스1



26일 민간단체 한국제분협회 집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7개 제분업체(CJ제일제당·대한제분·사조동아원·대선제분·삼양사·삼화제분·한탑)는 상반기에 제분용 밀 수입량 94%를 호주와 미국에서 가져왔다. 호주에서 51%(59만7279톤)를, 미국에서 43%(50만9933톤)를 들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에는 미국에서 47%(115만1000톤), 호주에서 46%(111만2000톤)를 수입했는데 상반기 기준으로 1,2위가 바뀐 것이다.

1990년대까지 국내 밀 수입량 대부분이 미국산이었다. 이후 수입처 다변화를 추진하던 우리 정부와 새로운 수출처를 찾던 호주의 니즈가 맞아 떨어지면서 호주산 수입량이 꾸준히 늘었다. 그래도 2013년 무렵까지는 미국에서 100만톤 이상을 들여올 때 호주산은 수십 만톤 수입하는 정도였다.

2014년 발효된 한국과 호주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국내에서 호주산 밀 수입이 확대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호주산 밀 관세율은 FTA 체결 전 2.5%였으나 점진적으로 인하돼 2018년부터는 아예 없어졌다. 앞서 미국산 밀은 2012년 관세가 폐지됐다. 6년이 지나서야 호주산도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미국을 따라잡은 것이다. 이에 호주는 2014~2016년, 2021~2023년 미국을 제치고 국내 제분용 밀 수입 1위 국가가 됐다.

◇ ‘쫄깃한 면’ 만들기 좋은 호주산 밀...신라면·불닭에도 들어가

호주가 자국산 밀을 아시아인 입맛에 맞게 품종 개량하면서 수입량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 국내에 많이 들어오는 호주산 밀은 미국산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아 물과 반죽하면 글루텐이 촘촘하게 형성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쫄깃한 식감이 필요한 음식을 만들 때 쓰기 좋다. 대표적인 음식 종류가 면이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인들은 라면, 우동, 국수를 먹을 때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을 선호한다. 서양인들은 쫄깃한 식감에 이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밀 역시 단단한 식감을 낼 수 있는 품종이 주로 개발돼 있다.


밥 대신 면을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호주산 밀 수입이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추세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면류 시장 규모는 1990년대 1조원대에서 2023년 3조원대로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식품업체들은 미국산 밀과 호주산 밀을 섞어 면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농심 신라면과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이 대표적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호주산 밀이 가진​​ 글루텐의 성질이 강하지 않고 부드러워 적당한 탄성으로 쫄깃한 식감을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호주산 밀은 회분(밀을 태웠을 때 남는 무기질) 함량이 낮아 밝은 색을 띠어서 주로 흰색인 면을 만들기 좋다“고도 했다.

이현승 기자(nalhs@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