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사상 최대' 29조원 규모 기술 라이선스 계약
반독점 규제 피해 핵심인력·IP 흡수, 사실상 기업 인수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서 팬들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2025.10.30.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 |
AI(인공지능)반도체 선두업체 엔비디아가 AI 추론칩 설계전문 스타트업 그록과 200억달러(약 29조원) 규모로 알려진 초고속 추론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했다. 반독점 규제를 피해 기술 라이선스 계약과 핵심인력 영입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사실상 기업인수에 가까운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는 분석이다.
그록은 24일(현지시간) 자사 블로그를 통해 "그록의 추론기술에 대해 엔비디아와 비독점적 라이선스 계약을 했다"며 "이번 계약은 고성능 저비용 추론기술에 대한 접근성 확대라는 공동의 목표를 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계약의 일부로 그록 창업자인 조너선 로스와 사장 서니 마드라를 포함해 일부 직원이 엔비디아에 합류해 라이선스 기술발전과 확장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2016년 설립된 그록은 AI 추론칩 설계에 특화된 스타트업으로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와 경쟁하는 TPU(텐서처리장치) 개발자 중 한 명인 로스가 창업했다. 로스 CEO(최고경영자)는 AI 선구자인 얀 르쿤 뉴욕대 교수 밑에서 배웠고 구글의 맞춤형 AI 칩인 TPU 개발을 시작한 인물이다.
그록이 개발한 AI 칩인 'LPU'(언어처리장치)는 추론에 특화돼 있는데 추론이란 이미 훈련된 AI가 제시되는 질문에 답하고 예측하고 새로운 데이터에 기반해 결론을 도출하는 일상적 처리과정을 뜻한다. 엔비디아는 AI 학습용 칩 시장은 꽉 잡고 있지만 추론칩 시장에서는 그록 같은 스타트업의 도전을 받고 있다. 엔비디아의 GPU는 전력소모가 크고 AI모델을 학습하는 단계에서 더 필요하다.
학습된 AI모델이 다양하게 등장하자 최근엔 AI 추론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었고 그록을 포함한 반도체 스타트업들은 전력소비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면서 추론수요를 맞출 수 있는 하드웨어 개발에 주력한다. 로스 CEO는 그록의 LPU가 메모리를 내장한 설계 덕분에 GPU보다 더 빠르고 전력소모도 적다고 설명해왔다.
그록은 엔비디아와의 라이선스 계약 이후로도 독립적인 회사로 남게 된다. 현재 CFO(최고재무책임자)인 사이먼 에드워즈가 CEO로 회사를 이끌 전망이다. 다만 그록에 5억달러를 투자한 디스럽티브의 CEO인 알렉스 데이비스는 CNBC와 인터뷰에서 엔비디아가 그록의 거의 모든 자산을 확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엔비디아가 반독점 규제를 피하면서 기술확보를 전제로 사실상 그록의 핵심자산을 인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비디아는 지난 9월에도 9억달러 이상을 들여 AI 하드웨어 스타트업 엔패브리카의 CEO와 핵심인력을 영입하고 기술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등 이번과 비슷한 방식의 거래를 잇따라 추진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이날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그록의 TPU를 엔비디아 AI 팩토리 아키텍처에 통합해 실시간 AI 추론과 다양한 워크로드를 더 폭넓게 지원할 계획"이라면서도 "그록을 인수하는 것은 아니고 핵심인력과 지식재산(IP)을 라이선스 형태로 확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양사 모두 이번 거래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가운데 미 경제매체 CNBC는 그록의 최근 자금조달 거래를 주도한 디스럽티브의 알렉스 데이비스 CEO의 말을 인용해 계약규모가 200억달러라며 엔비디아 역사상 최대규모의 계약이라고 보도했다. 그록은 지난 9월 블랙록, 뉴버거버먼, 삼성전자, 시스코 등으로부터 7억50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당시 기업가치가 69억달러로 평가된 점을 고려하면 3개월 만에 약 3배 가격에 매각된 셈이다.
뉴욕=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