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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조원 스타트업’ 산 엔비디아, 삼성이 웃는다

중앙일보 강광우.이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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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조원 스타트업’ 산 엔비디아, 삼성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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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인수 덕보는 삼성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추론용 칩 개발 기업 ‘그로크’(Groq)의 기술과 주요 인력을 인수하기로 했다. 약 29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초대형 계약이다.

미국 LPU(언어처리장치) 칩 설계 전문 스타트업 그로크는 24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엔비디아와 자사의 추론 칩 기술에 대한 비독점적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로크 창업자인 조너선 로스 최고경영자(CEO)와 써니 마드라 사장을 비롯한 그로크 팀 구성원들이 엔비디아에 합류해 라이선스 기술의 발전과 확장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양사는 이번 거래의 계약 금액 등 재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그로크의 공식 발표 전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엔비디아가 그로크를 현금 200억 달러(약 29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엔비디아 인수 거래 역사상 최대 규모다.

그로크는 구글이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의 대항마로 키우고 있는 AI 추론 칩 텐서처리장치(TPU)의 개발자 중 한 명인 조너선 로스가 2016년 창업했다. 이들이 개발하는 LPU는 생성 AI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거대언어모델(LLM) 추론에 최적화한 AI 반도체다. LPU는 추론 과정에서는 엔비디아의 GPU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 모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강점 때문에 그로크는 지난 9월 투자 유치 당시 약 69억 달러(약 10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AI 반도체는 AI 모델에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데 사용하는 ‘훈련용’과 AI 모델이 답을 내는 과정에 사용하는 ‘추론용’으로 나뉜다. 엔비디아는 압도적인 성능의 GPU를 내세워 두 시장에서 모두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독주 체제를 구축한 훈련용 시장과 달리 추론용 시장에서는 구글과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와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의 거센 추격을 당하고 있다. 한 AI 반도체 스타트업 관계자는 “후발 주자들이 이 틈을 타 고효율의 맞춤형 반도체로 승부를 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이번 거래를 통해 추론용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AI 반도체 시장 구도가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LPU 전문 스타트업 하이퍼엑셀의 김주영 대표는 “이번 거래로 추론용 칩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국내 AI 반도체 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그만큼 엔비디아와 정면승부를 해야 하는 부담도 커졌다”고 말했다.

이번 거래로 삼성전자가 수혜를 입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로크는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가동중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의 첫 고객사다. 로스 CEO는 삼성 파운드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2023년 10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삼성의 미국 공장 규모가 (TSMC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삼성전자가 시스코, 블랙록 등과 함께 그로크에 투자하는 약 8000억원 규모의 펀드에 참여하는 등 양사는 긴밀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는 “그로크가 삼성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파운드리 경쟁사보다 향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삼성과 파운드리 경쟁 관계인 인텔과 엔비디아의 협업은 삐걱거리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엔비디아가 최근 인텔의 1.8나노(㎚) 생산 공정인 18A의 테스트를 중단했다고 전했다. 공정 수율과 기술 안정성이 엔비디아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광우·이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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