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대홍수’ 리뷰. 사진| 넷플릭스 |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가 글로벌 시장에서 파죽지세의 흥행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안방’인 한국에서는 혹평 세례가 이어지며 극명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유명 번역가 황석희 씨가 “관객들의 평이 과도하게 짜다”며 작심 비판에 나선 가운데, 이러한 국내외 반응의 괴리는 영화의 완성도보다는 ‘마케팅의 실패’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韓 “망작이다” vs 밖에서는 “글로벌 1위”…엇갈린 반응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대홍수’ 리뷰. 사진| 넷플릭스 |
24일 글로벌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지난 19일 공개된 ‘대홍수’(김병우 감독)는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영화 부문 글로벌 1위(비영어권)에 등극했다. 한국을 포함해 브라질, 멕시코, 프랑스, 대만 등 전 세계 52개국에서 ‘오늘의 톱 10’ 1위를 휩쓸며 K-콘텐츠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해외 평단과 관객들은 “신선한 설정의 아포칼립스 스릴러”, “김다미와 박해수의 연기가 압도적”이라며 호평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국내 커뮤니티와 리뷰 사이트의 반응은 싸늘하다 못해 처참하다. “시간 낭비다”, “올해 최악의 영화”라는 원색적인 비난이 줄을 잇고 있다.
이에 대해 번역가 황석희 씨는 23일 자신의 SNS를 통해 “악평 뒤에 ‘죽어도 보지 마라’, ‘수입사 망해라’ 같은 저주가 붙는다”며 “재밌게 볼 만한 평작 수준임에도 평의 염도가 너무 높고 표현이 과격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티켓값이 올라 눈높이가 높아진 건 이해하지만, 상승분(30%)에 비해 눈높이는 200% 오른 기분”이라며 맹목적인 비난 문화에 우려를 표했다.
◇ ‘해운대’ 기대하고 틀었더니… 마케팅이 부른 ‘장르적 배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대홍수’ 리뷰. 사진| 넷플릭스 |
업계에서는 ‘대홍수’가 유독 한국에서 난타당하는 이유를 ‘마케팅 미스매치(Mismatch)’에서 찾는다.
영화 공개 전, 넷플릭스와 제작사가 배포한 포스터와 예고편은 물에 잠긴 아파트, 사투를 벌이는 주인공 등을 강조하며 전형적인 ‘K-재난 생존물’의 외피를 입고 있었다. 관객들은 ‘해운대’나 ‘터널’, ‘엑시트’처럼 재난 상황에서의 인간애와 탈출 과정을 그린 오락 영화를 기대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대홍수’의 실체는 난해한 ‘타임루프 SF’였다. 중반 이후 인공지능(AI)과 시뮬레이션 설정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직관적인 재난물을 기대했던 대중적 관객들은 당혹감을 넘어 ‘속았다’는 배신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실제로 “재난 영화인 줄 알고 부모님과 봤다가 분위기가 싸해졌다”는 리뷰가 쇄도하고 있다.
영화 ‘대홍수’ 리뷰. 사진| 넷플릭스 |
한 영화계 관계자는 “감독의 전작 ‘더 테러 라이브’ 같은 긴박함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 복잡한 SF 설정은 진입장벽이 됐을 것”이라며 “차라리 처음부터 SF 미스터리 스릴러임을 명확히 했다면, 해당 장르를 선호하는 타깃층에게 더 어필하고 불필요한 반발을 줄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병우 감독 역시 이러한 호불호 논란에 대해 “촬영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10명 중 7~9명이 좋아할 대중 영화로 기획한 건 아니었다”고 해명했으나, 결과적으로 ‘대중 영화’처럼 포장된 마케팅이 독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글로벌 1위라는 성적표가 과연 성난 한국 관객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대홍수’ 사태는 콘텐츠의 본질과 마케팅의 싱크로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남게 됐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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