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머니 대책]
‘치매머니 사냥’ 정부가 막기로
전체 자산중 부동산 비중이 75%… 신탁관리 포함되도록 확대 검토
금융 소외계층에 저금리 대출 공급… 李 “금융사 피도 눈물도 없어” 지적
‘치매머니 사냥’ 정부가 막기로
전체 자산중 부동산 비중이 75%… 신탁관리 포함되도록 확대 검토
금융 소외계층에 저금리 대출 공급… 李 “금융사 피도 눈물도 없어” 지적
치매노인 김연순 씨가 보행보조기에 의지해 복도를 배회하고 있다. |
“치매 신탁 제도를 활성화하면 발병 후 재산 관리와 여러 가지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개선 방안을 추진하겠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한 ‘치매 머니’ 관련 정책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금융위는 고령자가 인지기능 저하로 관리하지 못한 자산을 노리는 ‘치매머니 사냥’을 막기 위해 치매 보험, 신탁 활성화 방안을 추진한다.
● 금융권과 연계해 치매머니 보호 강화
금융위는 치매 머니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신탁업무 위탁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치매로 인지 능력이 떨어질 때를 대비해 고액 자산가 위주의 신탁 관리 제도를 활성화하고, 관리 대상 재산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자일수록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점도 신탁 관리 제도 개선이 필요한 대목으로 꼽힌다. 자본시장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75세 이상 가구의 자산 가운데 부동산 비중은 75%에 이른다.
이억원 금융위원장(가운데)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치매 가정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한 보험과 신탁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이 위원장은 “신탁업자가 다룰 수 있는 신탁 재산의 범위 관련, 지금 부동산이 포함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다. 이것을 어떻게 설계해야 될지 금융위가 다룰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신탁 재산을 받아서 운용만 하는 게 아니라 요양 등 다른 부가 서비스도 제공해야 한다”며 “그럴 때 신탁업자가 과연 그런 부분까지 재위탁을 줄 수 있는 것인지 등 치매 머니 관리를 위한 개선 방안이 있는지 살피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저소득층, 금융 취약계층의 경우 공공 분야에서 신탁 업무를 지원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치매 공공신탁 사업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공공신탁은 민간신탁보다 수수료 등을 낮춰 저소득층까지 서비스 문턱을 낮출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공공신탁 제도가 이 대통령의 지난 대선 공약 중 하나였던 만큼 제도 도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치매 관련 보험 상품도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간병, 요양 보험 등 치매 관련 보험을 활성화해 치매 질환에 걸린 후 본인과 가족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검찰, 법원, 금융당국이 전국에 설치된 치매안심센터를 거점으로 치매로 착취당할 가능성이 있는 고령자를 조기에 파악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금융사들이 혜택이 많은 금융상품을 이유 없이 해지하는 등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고령자들을 적극적으로 파악하도록 하고, 이 정보를 받은 검찰, 법원, 금융당국이 공조해 치매 머니를 선제적으로 보호하는 시스템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치매 머니를 범죄로부터 보호하고 치매 머니를 활용, 관리하는 측면에서 금융의 역할이 필요하다. 복지부, 검찰, 법원 등 관계 기관들과 빠른 시일 내에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 성실 상환하면 대출 한도↑ 금리↓
금융위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상환 실적에 따라 정책서민금융에서 은행권 대출로 넘어갈 수 있는 ‘크레디트 빌드업’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책서민금융으로 빚이 있는 사람이 성실히 갚으면 은행권 대출로 넘어가 한도는 높이고 금리는 떨어지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또 금융 소외계층에 연 3∼6% 수준의 저금리 대출 상품을 다양하게 신설한다. 이 대통령이 가난한 이들일수록 비싼 이자를 부담한다며 대대적인 개편을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위는 은행 이익 등을 재원으로 중·저신용자 자금 공급(새희망홀씨)을 올해 3조5000억 원에서 2030년 6조 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금융사들을 겨냥해 “아주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주의의 최첨단 영역 같은 느낌을 준다”며 금융권의 공적 기능을 강화하도록 할 것을 주문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