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외연 확장 나서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엄태영 충북도당위원장 등이 19일 충북 청주오스코에서 열린 충북도당 당원교육에 참석하고 있다./뉴스1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계엄과 탄핵이 가져온 그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싸움을 위해 우리가 이제 변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그간 계엄에 대한 사과를 사실상 거부하며 지지층 결집을 강조해 오던 장 대표가 중도·외연 확장에 시동을 걸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날 변화를 말하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한동훈 전 대표와의 관계,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장 대표는 이날 충북 청주에서 열린 당원 교육에서 “국민의힘 대표로서 그(계엄과 그 결과)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결과에 책임질 줄 아는 것, 그것이 보수정치라고 생각한다”며 “그것이 저들과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날 현장에는 당원 약 2000명이 모였다. 이곳은 장 대표가 대표로 선출된 제6차 전당대회가 열린 곳으로 장 대표는 충청 출신이다. 장 대표는 “그간 지지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다”며 “이제 저들보다 먼저 국민 속으로 들어가고, 저들보다 먼저 국민의 목소리에 반응하는, 그래서 국민의 삶을 제대로 바꿔내는 국민의힘으로 변화해야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변화하되 보수의 가치를 버리지 않겠다. 변화하되 지킬 것은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했다. 그는 약 14분간 이어진 연설에서 ‘변화’를 14차례 언급했다.
장 대표의 이날 발언은 당 안팎의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장 대표는 계엄 1년이던 지난 3일 “12·3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며 사과하지 않았다. 당 지지율은 20%대 박스권에 갇혔다. 그러다 지난 5일 ‘원조 친윤’으로 꼽히는 윤한홍 의원이 장동혁 지도부를 겨냥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비판하는 꼴”이라고 직격하면서, 장 대표의 입장도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특히 장 대표와 ‘당원게시판’ 문제 등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지난 17일 ‘러브샷’을 하며 연대 분위기를 만든 것도 노선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장 대표는 이날 당원 대회에서 “당대표가 부족하다면, 당대표가 잘못하는 것이 있다면 손가락질할 것이 아니라 그 부족함을 메워줘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했다. 이날 한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함께 계엄을 극복하고 민주당의 폭주와 싸우는 것만이 대한민국과 보수가 살 길”이라고 썼다. 장 대표 측 핵심 인사는 “중도와 외연 확장을 위한 변화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당명 변경과 정책 변화, 각종 보수 세력 연대 등을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변화가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 지도부 관계자는 “당을 분열하는 세력과는 함께하기 어렵다는 게 장 대표의 일관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전 대표 등과 함께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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