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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정승우 기자] 펩 과르디올라(54) 이후의 맨체스터 시티는 누구의 손에 맡겨질까. 오랫동안 답이 보이지 않던 질문에, 하나의 이름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엔초 마레스카(45)다.
'디 애슬레틱'은 19일(한국시간) "펩 과르디올라가 맨체스터 시티를 떠난다면, 그의 유산을 가장 온전히 이어갈 후보는 마레스카일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과르디올라 체제의 장기화 속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후계 구상'이, 이제는 현실적인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맨시티를 거치며 늘 자신의 철학을 이해하고 구현할 수 있는 인물을 중심에 두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티토 빌라노바와 루이스 엔리케, 이후에는 차비 에르난데스가 그 흐름을 이었다. 바이에른에서도 맨시티의 주장이었던 뱅상 콤파니가 감독 후보로 거론됐고, 실제로 클럽은 그의 '과르디올라적 색채'를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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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에서도 비슷한 그림이 그려졌다. 미켈 아르테타, 엔초 마레스카는 '젊은 수련생'으로 과르디올라 곁에서 성장했고, 콤파니는 상징적인 리더였다. 하지만 과르디올라가 예상보다 훨씬 오래 자리를 지키며 상황은 달라졌다. 아르테타는 2019년 아스널로 떠났고, 콤파니는 2022년 번리로, 마레스카는 2023년 레스터 시티를 거쳐 현재 첼시 지휘봉을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레스카의 이름이 다시 거론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2022-2023시즌 맨시티 코치진에 몸담았고, 이후 레스터 시티를 챔피언십 우승으로 이끌었다. 첼시에서는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불안정한 스쿼드를 빠르게 정비하며 두 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챔피언스리그 진출까지 이뤄냈다.
디 애슬레틱은 "현재 첼시가 보여주는 마레스카의 축구는 기본 구조에서 과르디올라의 맨시티와 가장 유사하다"라고 평가했다. 느린 빌드업, 위치 기반의 패턴 플레이, 강한 전방 압박까지. 마레스카 스스로도 "모두가 제멋대로 움직이면 자유가 아니라 혼돈"이라며 과르디올라의 철학을 그대로 옮긴 듯한 발언을 남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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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르디올라 역시 마레스카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마레스카는 세계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이라며 "첼시에서 해낸 일은 충분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클럽 월드컵, 컨퍼런스리그 우승, 젊은 팀으로 챔피언스리그 진출까지 이룬 점을 '특별하다'고 표현했다.
현실적인 측면에서도 마레스카는 가장 접근 가능한 카드다. 아르테타는 아스날과 깊게 엮여 있고, 최근 몇 시즌 맨시티와의 치열한 경쟁 구도를 고려하면 '금기를 깨는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디 애슬레틱의 주장이다. 콤파니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유럽 정상에 도전 중이며, 과르디올라의 그늘로 다시 들어오는 선택은 부담이 크다.
마레스카는 맨시티의 내부도 잘 알고 있다. 그는 1군 코치뿐 아니라 엘리트 디벨롭먼트 스쿼드(EDS·U-21)를 맡아 프리미어리그2 우승을 이끌었고, 콜 파머, 오스카 밥, 니코 오라일리 등을 지도했다. 에티하드 인근의 트레이닝 허브와 아카데미 시스템에도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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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변수는 있다. 현재 맨시티의 스쿼드는 과르디올라가 구축했던 '트레블 팀'과는 상당히 달라졌다. 그 시절 멤버는 이제 손에 꼽을 정도고, 올 시즌 맨시티는 더 빠르고 직선적인 축구로 진화했다. '과르디올라의 복제본'이 필요한지, 아니면 새로운 방향 전환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쟁도 여전하다.
또 하나의 신호는 치키 베기리스타인 단장의 퇴장이다. 17년간 과르디올라와 함께해온 권력 삼각편대가 깨졌고, 이는 스페인 감독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 내부 관계자들은 "만약 맨시티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한다면, 그 자체로 과르디올라 시대의 완벽한 마침표가 될 수 있다"라고 보고 있다.
과르디올라는 늘 떠날 이유보다 남을 이유를 찾아왔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하지만 만약 이 시즌이 마지막이라면, 맨시티는 '사상의 단절'이 아닌 '계승'을 택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중심에, 엔초 마레스카의 이름이 있다. /reccos2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