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특검의 ‘통일교 편파 수사’ 사건… 경찰, 공수처로 넘겨

조선일보 김희래 기자
원문보기

특검의 ‘통일교 편파 수사’ 사건… 경찰, 공수처로 넘겨

서울맑음 / -3.9 °
공수처, 배당 않고 “수사 여부 검토”
민감한 사건 책임 떠넘기기 지적도
경찰이 민중기 특별검사의 ‘통일교 편파 수사’ 의혹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했다고 17일 밝혔다. 민 특검과 함께 경찰에 고발된 특검 수사팀 검사들은 공수처 수사 대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공수처도 이 사건을 바로 배당하지 않고 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공수처가 특검을 수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사건을 다시 경찰로 보낼 수도 있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선 민감한 사건을 맡기 싫은 경찰과 공수처가 서로 ‘사건 떠넘기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날 “민 특검과 검사 등에 대한 직무유기 혐의 고발 사건을 지난 16일 관련 규정에 따라 공수처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민 특검이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서 문재인 정부 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도 금품을 줬다는 진술을 받고도 수사하지 않았다며 고발했다.

경찰이 이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한 이유는 고발 대상에 특검 파견 검사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검사는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고, 공수처 외 다른 수사 기관이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 하지만 특검이 공수처 수사 대상에 포함되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규정이 없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내부 논의를 통해 수사 착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해병 특검에 기소된 오동운… 김건희 특검에 칼날 겨눌까

공수처 입장에서는 민중기 특검에 대한 수사를 나섰다가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여야 양쪽으로부터 ‘무리한 수사’ 또는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공수처가 민 특검을 수사해 재판에 넘긴다고 하더라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공수처법은 특검을 공수처 수사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은데, 법원이 이를 근거로 공소를 기각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이 사건을 경찰로 반송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경찰은 사건이 되돌아올 경우 민 특검에 대한 정식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다만, 오동운 공수처장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현행법상 특검이 공수처 수사 대상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법 해석의 논란을 없애기 위해 특검도 수사 대상으로 특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오 처장은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가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국회 위증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대검찰청에 이첩하지 않고 수사를 뭉갠 혐의로 순직 해병 특검과 소환 일정을 조율하던 때였다. 이후 오 처장은 직무유기 혐의로 특검 수사를 받고 불구속 기소됐는데, 이번엔 같은 혐의를 받는 민 특검의 수사를 지휘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부담이 큰 사건을 손도 대지 않고 공수처에 떠넘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경찰은 특검을 수사할 수 있고, 공수처 수사 대상인 검사들 사건은 따로 분리해 이첩할 수 있다”며 “이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급 특검을 수사하는 데 부담을 느껴 공을 공수처로 넘긴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경찰이 검사들 고발 사건만 넘기지 않고 민 특검 사건까지 통째로 공수처에 보낸 것은 정무적 결정이라는 것이다. 다른 법조인은 “경찰이 ‘살아 있는 권력’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현실이 된 것”이라고 했다.

[김희래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