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에서 미국인 보호" 밀매중단 이어 분류지정
中 관세·베네수 교전 등 '마약 전쟁' 정당화 포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마약류 펜타닐을 대량살상무기(WMD)로 지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DC(미국)로이터=뉴스1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이른바 '좀비마약'으로 불리는 합성마약 '펜타닐'을 대량살상무기(WMD)로 지정했다. 미국으로 밀반입되는 펜타닐의 원료단속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이유로 중국 등에 부과한 관세의 근거를 강화하는 동시에 베네수엘라 등 남미의 마약밀수에 대응한다는 목적으로 시행 또는 예고한 군사작전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펜타닐과 핵심원료인 전구체를 대량살상무기로 분류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난 5월 미국 역사상 최대규모의 펜타닐 단속을 벌여 300만정을 압수했다"며 "치명적인 펜타닐이 쏟아져 들어오는 재앙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간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불법 펜타닐은 마약이라기보다 화학무기에 더 가깝고 수십만 미국인의 목숨을 앗아갔다"며 "펜타닐이 조직적인 적대세력에 의해 집중적이고 대규모 테러공격에 무기화될 가능성은 미국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약물과용으로 인한 사망자는 8만명을 넘었다. 고점을 찍은 2023년 11만명 수준에 비하면 크게 줄어들기는 했다. 이들 사망의 60%를 차지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펜타닐 등의 합성마약이 꼽힌다.
트럼프행정부는 집권 2기 출범 직후 펜타닐 유입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중국에 고율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지난 9월 베네수엘라 국적의 마약밀수선을 타격하는 등 마약과 전쟁에 공을 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엔 '치명적펜타닐밀매중단법'에도 서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대량살상무기 지정은 이런 방침을 정당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약 카르텔을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했고 '잡았다가 풀어주는' 정책은 끝냈다"며 "바다를 통해 들어오는 마약이 94% 줄었고 육상에서도 그들을 타격하기 시작할 것"이라고도 했다. 베네수엘라 등을 겨냥한 지상작전이 임박했음을 거듭 시사한 발언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우리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유통되는 펜타닐의 양을 줄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월 부산에서 이뤄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 펜타닐 퇴치협력과 펜타닐 관련 관세인하 등에 합의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을 지칭하는 대량살상무기에 마약류를 포함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두고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한 지상군 군사작전이 개시되면 이같은 논란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