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매일경제 언론사 이미지

“새벽에도 일할 권리 왜 뺏나”…‘새벽배송 금지’ 반발 확산

매일경제 최예빈 기자(yb12@mk.co.kr), 박윤균 기자(gyun@mk.co.kr)
원문보기

“새벽에도 일할 권리 왜 뺏나”…‘새벽배송 금지’ 반발 확산

서울흐림 / 3.5 °
새벽배송 금지로 최소 10만명 근로자 불이익
새벽배송 혜택을 보던 국민 편익도 줄어들 것
연일 커가던 새벽배송 산업에도 제동 걸릴 듯


경기도 광주 쿠팡 곤지암1 물류센터 안으로 심야조 근로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최예빈 기자]

경기도 광주 쿠팡 곤지암1 물류센터 안으로 심야조 근로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최예빈 기자]


“새벽 아르바이트가 저에게는 생계를 위한 안전판입니다.”

경기도 쿠팡 곤지암 1센터에서 만난 30대 자영업자 A씨는 낮에 의류 판매점을 운영한다. 그는 “20세 때부터 옷 장사를 해왔지만 요즘처럼 장사가 안 된 적은 처음”이라며 “낮에는 손님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게 운영만으로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며 “새벽 노동까지 막아버리면 자영업자들은 더 막막해질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기자가 직접 쿠팡 단기직으로 심야 근무를 해보며 만난 이들은 각기 다른 사정으로 새벽 노동을 선택하고 있었다. 생계 보전부터 단기간 목돈 마련까지 이유는 달랐지만 공통점은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었다. 새벽배송이 제한 또는 금지될 경우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소득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현재 새벽배송에 종사하는 배송기사는 약 1만5000명으로 추산된다. 다만 유통업계는 개인사업자와 단기·비공식 종사자까지 포함하면 실제 규모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택배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정식 신고를 거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종사자 규모는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배송기사뿐 아니라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새벽배송 규제로 영향을 받는 근로자 수는 10만명 이상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택배노동자들이 지난달 23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과로사 없는 택배 만들기 시민대행진’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택배노동자들이 지난달 23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과로사 없는 택배 만들기 시민대행진’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새벽배송의 혜택을 누리던 국민 편익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직접 활용하는 이용자 수를 최소 200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1400만명이 넘는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과 마켓컬리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 등을 반영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은 신선식품만 취급하는 게 아니라 사실상 전 제품에 걸쳐 있다”고 전했다.


새벽배송 산업 자체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교보증권 분석에 따르면 새벽배송 시장은 2020년 2조5000억원에서 2023년 11조9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이후 공식적인 집계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올해까지 2년간 최소 두 배 이상 성장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 새벽배송 업체 관계자는 “새벽배송은 쿠팡과 마켓컬리 등 전문 기업도 관련돼 있지만 식자재 업체 등도 포함된 산업”이라며 “새벽배송 대표 기업의 매출 신장률이 매년 40%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20조~25조원으로 시장이 커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쿠팡파트너스연합회 회원사인 JK글로벌의 김기용 대표는 전날 새벽배송 금지에 반대하는 탄원서 350여 건을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전달했다. 탄원서에는 “민주노총의 대응 과정에서 야간 (배송)기사 직군 자체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기사들의 고용 안정과 작업 지속을 간곡히 요청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