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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만났던 양조위와 장만옥… 2001년 다른 시공간에서 재회하다

조선일보 신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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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만났던 양조위와 장만옥… 2001년 다른 시공간에서 재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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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특별판 이달 31일 개봉
당시 찍은 미공개 에피소드 9분 추가
왕가위 감독 “오직 극장에서 공개”
“배표 한 장 더 있으면 나와 같이 갈래요?” 처절하게 외로운 여자에게 철저하게 고독한 남자가 물었다. 둘의 만남이 영원한 비밀로 묻힌 앙코르와트의 사원. 그리고 이어지는 엔딩 크레딧.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본 양조위·장만옥의 ‘화양연화’(2000)였다.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바로 뒤에 9분 6초 분량의 미공개 에피소드를 이어붙인 ‘화양연화 특별판’이 31일 개봉한다.


31일 개봉하는 ‘화양연화 특별판’은 처음으로 공개되는 첸 부인(장만옥)과 차우(양조위)의 재회 장면을 담았다. 9분 6초 분량의 추가 에피소드에서 첸 부인은 붉은 치파오가 아닌 블랙 원피스를 입었고, 차우는 말끔한 정장이 아닌 줄무늬 셔츠에 콧수염을 길렀다./ 디스테이션

31일 개봉하는 ‘화양연화 특별판’은 처음으로 공개되는 첸 부인(장만옥)과 차우(양조위)의 재회 장면을 담았다. 9분 6초 분량의 추가 에피소드에서 첸 부인은 붉은 치파오가 아닌 블랙 원피스를 입었고, 차우는 말끔한 정장이 아닌 줄무늬 셔츠에 콧수염을 길렀다./ 디스테이션


왕가위 감독의 명작 ‘화양연화’가 최초로 공개되는 에피소드를 추가해 특별판으로 돌아온다. 1962년 만났던 차우(양조위)와 첸 부인(장만옥)이 2001년 수퍼마켓 사장과 손님으로 다시 만난다. 전혀 다른 시공간에서 재회 아닌 재회를 하는 두 사람은 지워진 기억을 되살리려 애쓰는 듯 서로의 눈을 들여다본다.

이번 특별판은 오직 극장에서만 공개된다. 왕가위 감독은 중국 웨이보에 공개한 대담에서 “이번에 보여드리는 ‘화양연화 특별판’은 제가 만들고 싶었던 의도에 가장 가깝게 완성된 작품”이라며 “특별판은 극장 상영으로만 제한하고 다른 경로로는 배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영화를 극장으로 돌려보내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예전엔 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한다는 것은 매우 의례적인 일이어서 극장에서 못 보면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는데, 오늘날 관객도 이런 의례감을 경험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나에게 ‘화양연화’는 결코 불륜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그토록 보수적인 환경에서 두 남녀가 어떻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지켜냈는지가 가장 흥미로웠다”고 밝혔다.

9분의 추가 에피소드는 본편 촬영 무렵에 찍었다. 그 시절 30대 양조위와 장만옥의 연기가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더한다. 미공개 에피소드분은 영화의 결말에 새로운 해석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왕 감독이 구상했던 원래 ‘화양연화’의 엔딩은 첸 부인이 가정으로 돌아가고 수년 후 앙코르와트에서 차우와 다시 만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시사회 직전 해당 장면을 삭제했다. 왕 감독은 “첸 부인이 독립적인 여성이 되어 더 멀리 나아가길 바랐기 때문”이라며 “만일 첸 부인과 차우가 소셜미디어가 넘치는 지금 시대에 살았다면 다른 결말을 맞았을 것 같다”고 했다.

‘화양연화’는 2000년 5월 제53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양조위)을 받고 같은 해 10월 국내 첫 개봉 때부터 영화 팬을 사로잡았다. 2020년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했을 때에도 당시 재개봉작으로는 드물게 12만명이 넘는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신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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