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서 미 특사단 회동 직전 밝혀
'부다페스트 각서 악몽' 의식한 듯
'법적 구속력' 거듭 강조했지만
러시아가 동의할지는 미지수
"협상 주요 쟁점 안될 것" 전망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방의 집단안보체제로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을 안전판인 나토 가입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종전 이후 서방의 확실한 안전 보장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은 러시아가 2022년 2월 전쟁을 시작한 명분 중 하나다. 1989년 독일 통일 협상 과정에서 “나토 동쪽 확장 금지” 약속을 받았다고 생각한 러시아는 자국 국경을 향한 나토의 동진(東進)을 중대 위협으로 규정했다.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마지노선이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미국 측 대표단과 회동 직전 취재진에게 이 같은 입장을 공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주최한 회동에서 우크라이나 종전 논의를 주도하는 스티브 윗코프 미 중동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 고문과 만났다.
'부다페스트 각서 악몽' 의식한 듯
'법적 구속력' 거듭 강조했지만
러시아가 동의할지는 미지수
"협상 주요 쟁점 안될 것" 전망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14일 미 특사단과의 회동을 위해 독일 베를린을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 제공. EPA 연합뉴스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방의 집단안보체제로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을 안전판인 나토 가입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종전 이후 서방의 확실한 안전 보장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은 러시아가 2022년 2월 전쟁을 시작한 명분 중 하나다. 1989년 독일 통일 협상 과정에서 “나토 동쪽 확장 금지” 약속을 받았다고 생각한 러시아는 자국 국경을 향한 나토의 동진(東進)을 중대 위협으로 규정했다.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마지노선이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미국 측 대표단과 회동 직전 취재진에게 이 같은 입장을 공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주최한 회동에서 우크라이나 종전 논의를 주도하는 스티브 윗코프 미 중동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 고문과 만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초기 목표는 나토 가입이었다”면서도 “미국과 일부 유럽 파트너들은 이를 지지하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오늘날 미국과 유럽, 캐나다, 일본 등으로부터 법적 구속력 있는 안보 보장을 받는 것이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 기회”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대놓고 반대하는 상황에서 현실적 판단을 한 것이다. 러시아는 종전 요건 중 하나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영구 포기’를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을 막는 안전장치로 나토 가입을 지속 추진하고 2019년 개정된 헌법에도 이를 명시한 점을 고려할 때 중대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대신 젤렌스키 대통령은 ‘확실한 안전 보장’을 요구했다. 나토 5조에 명시된 ‘집단방위’에 준하는 양자 안전보장, 병력 주둔 같은 내용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법적 구속력을 특히 강조한 것은 30여 년 전 ‘부다페스트 각서’ 악몽 영향도 있다. 우크라이나는 1994년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러시아∙영국으로부터 안전 보장을 약속받는 ‘부다페스트 각서’를 체결했지만 러시아 침략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병력 축소와 외국 병력 주둔 절대 불가를 요구하는 만큼 이 같은 수준의 안전 보장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포기'가 협상의 판도를 바꾸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앤드루 미크타 미 플로리다대 교수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이미 오래전부터 현실적 선택지가 아니었다"며 "현시점에서 협상의 쟁점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토 양보는 거듭 선그어
14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스티브 윗코프 미 중동 특사가 독일 베를린 총리실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AFP 연합뉴스 |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러나 돈바스(루한스크∙도네츠크) 지역에 대한 일방적인 영토 양보는 거듭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가 점령 중인 도네츠크의 약 25%에서 군대를 철수하라고 요구하는 미국은 이 지역을 자유경제구역으로 두자고 제안한 상태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5∼10㎞ 철수한다면 왜 러시아군은 점령지로 같은 거리만큼 물러나지 않는 건가”라고 반문하며 “현재 공정한 선택지는 우리가 서 있는 위치에서 전선을 동결하는 것”이라고 했다.
해당 지역을 비무장지대(DMZ)로 만들겠다는 러시아는 경찰과 일부 경비 인력은 남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최근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도네츠크 일부가 비무장지대가 되더라도 러시아 경찰과 국가근위대는 해당 지역에 남을 것”이라며 “타협점을 찾는 과정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미 특사단 회동은 15일 재개
한편 이날 5시간 동안 진행된 젤렌스키 대통령과 미 특사단의 회담은 15일 재개될 예정이다. 윗코프 특사는 이날 본인의 엑스(X)에 “회담이 5시간 이상 진행됐다”며 “20개 조항의 평화 계획, 경제 의제 등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했고, 많은 진전이 이뤄졌으며 내일 오전 다시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담은 미국이 마련한 ‘28개조 종전안’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최근 역제안한 ‘20개조 종전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베를린= 정승임 특파원 choni@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