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매몰자 4명 시신 모두 수습
지난 12일 광주광역시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공사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매몰자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
근로자 4명이 사망한 광주광역시 도서관 공사장 붕괴 사고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방 건설 산업의 총체적 부실 상황이 반영된 결과”라며 “단순 산재로 봐선 안 된다”고 했다.
지난 11일 광주 서구 ‘광주대표도서관’ 신축 공사 현장에선 철골 구조물이 무너져 작업자 4명이 숨졌다. 경찰은 시공사가 구조물 접합 공사를 부실하게 했을 가능성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 도서관은 길이 24m와 48m 철제 구조물을 이어 붙여 만드는데 접합 부분이 칼로 무를 자른 것처럼 매끈하게 끊어졌기 때문이다. 구조물 아래에 지지대를 설치하지 않고 작업한 사실도 드러났다. 숨진 근로자 4명은 모두 하도급업체 직원이었다.
14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광주대표도서관 신축 공사는 2022년 착공했다. 지난 6월 시공사 홍진건설의 모기업인 영무토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지난 9월 공동 시공사인 구일종합건설이 홍진건설의 지분을 인수해 공사를 재개했지만 준공이 4개월가량 미뤄졌다. 광주시는 준공 시기를 올해 12월에서 내년 4월로 연기했다. 현재 영무토건은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고 홍진건설은 파산한 상태다. 구일종합건설은 충남 부여 지역의 중소 건설사로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333위였다. 영무토건은 111위였다. 사고 현장을 확인한 송창영 광주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광주시가 내년 4월 준공할 예정이라고 했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였다”며 “골조 공사도 1~2개월은 더 해야 하고 설비나 조경 등 공사도 3~4개월은 걸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공사가 서두르다 부실 공사를 했을 수 있다”고 했다.
지난 13일 광주광역시 도서관 공사장 붕괴 사고 현장에서 구조대가 마지막 매몰자의 시신을 수습해 나오고 있다. 대원들이 구급차를 향해 경례하고 있다./연합뉴스 |
설계도 7차례 변경됐다. 그 과정에서 광주시와 시공사는 구조물 아래에 지지대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채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시는 “비용을 절감하고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철제 구조물 안에 콘크리트를 채워 넣어 강도를 높이는 특허 공법을 선택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전국 곳곳에 비슷한 상황에 놓인 ‘판박이’ 공사장이 많아 부실 시공,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크다”고 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건설사들은 보통 자금난에 빠지면 직원을 줄이고 저가로 하도급을 준다”며 “돈을 아끼려고 품질이 떨어지는 자재를 쓰거나 시공을 날림으로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2023년 이후 고(高)금리와 자재값 인상, 인건비 상승 등 여파로 건설사들의 부도가 잇따르고 있다. 2022년 14곳이었던 부도 업체는 지난해 29곳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신동아건설과 삼부토건, 대저건설 등 중견 건설사들도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그래픽=김성규 |
지방 건설사들의 상황이 더 어렵다. 미분양 아파트 물량의 대부분이 지방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2021년 1만4000호에서 올 10월 6만9000호로 급증했다. 이 중 75%가 지방에 있다. 미분양이 넘치면 건설사들은 자금을 회수할 수 없어 돈줄이 막힌다.
앞으로 전망도 어둡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2월 전국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66.3으로 2023년 12월(61.5) 이후 가장 낮았다. 분양전망지수는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 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지수가 낮을수록 분양 전망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뜻이다. 광주 지역은 44.4로 조사 대상 시·도 중 가장 낮았다. 한 달새 27포인트 떨어져 하락 폭도 가장 컸다. 광주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래도 비관적인 전망이 많았는데 최근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었다”고 했다.
올해 광주 지역에선 영무토건뿐 아니라 유탑건설 등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모두 지역을 대표하는 건설사들이다.
영무토건은 광주·전남에 기반을 둔 건설사로 1997년 서해토건으로 출발했다. ‘영무예다음’ 브랜드로 아파트 사업을 벌였다. 전국의 혁신도시에서 실적을 쌓았다. 영무토건도 미분양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2020년 640억원이었던 공사 미수금이 지난해 994억원으로 불어나면서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영무토건이 전남 나주 혁신도시에 지식산업센터를 지었는데 분양이 안 돼 결국 물량을 떠안았다”며 “임대 사업을 했지만 세입자 보증금도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광주경찰청은 전날 구일종합건설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사고 원인 조사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현장 검증도 할 예정이다.
한편 광주시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시공사에 공기를 단축하라고 압박한 적이 없다”며 “공사비도 증액해줬다”고 밝혔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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