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지난 10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 대비 30% 가까이 하락하며 뚜렷한 약세 흐름을 보였다. 특히 가격이 오를 때마다 대기 매물이 쏟아지며 반등 탄력이 둔화된 모습이다.
대형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뱅가드가 자사 플랫폼 내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허용했지만 정작 임원진은 가상자산의 내재 가치를 부정하는 발언을 내놓으며 투심 회복에 찬물을 끼얹었다.
국내 상황도 녹록지 않다. 투자자 보호와 산업 육성의 기틀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이 정부 부처 간 이견으로 제출 기한을 넘기며 국회 주도 입법 국면으로 전환됐다. 시장 안팎에서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부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비트코인, 9만달러선 회복했지만…“연말까지 변동성 불가피”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번 주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지난 12일 비트코인 가격은 장중 한때 3.6% 급락하며 8만9502달러(약 1억3350만원)까지 밀려나 심리적 지지선인 9만달러를 내줬다. 이는 지난 10월 6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인 약 12만6000달러(약 1억8800만원) 대비 약 30% 가까이 하락한 수치다.
그러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주말을 앞두고 가격은 다시 반등했다. 한국 시간 기준 14일 오전 1시 39분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9만달러 선을 회복해 거래되고 있다.
다만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글래스노드는 현재 시장을 가벼운 약세장으로 규정했다. 가격이 반등할 때마다 10월 고점에 물린 대형 투자자들의 매도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래스노드는 "투자자들의 상대적 미실현 손실이 2년 만에 최고치인 4.4%까지 치솟았다"며 "시장 심리가 '환희'에서 '스트레스'로 전환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에도 가상자산 시장의 모멘텀이 뚜렷하게 회복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비트코인이 9만 달러 선을 다시 넘겼지만, 유동성 부족과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 약화로 연말까지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뱅가드 “비트코인은 디지털 라부부일 뿐”… ETF 열었지만 시각은 ‘냉랭’
이런 가운데 8조 달러 규모의 자산운용사 뱅가드의 행보는 시장에 묘한 파장을 줬다. 뱅가드는 최근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자사 플랫폼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허용하기 시작했으나 가상자산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은 거두지 않았다.
존 아메릭스 뱅가드 글로벌 퀀트 주식 부문 책임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현금 흐름이나 복리 효과가 없는 투기적 수집품에 불과하다”며 이를 인기 봉제 인형인 ‘디지털 라부부'에 비유했다.
라부부는 블랙핑크 리사 등 유명인이 애용하며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과 '오픈런'을 빚을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끈 아트 토이다. 이는 비트코인이 기업의 이익이나 이자 수익 같은 내재 가치 없이 수급과 유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투기적 수집품'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아메릭스 뱅가드 글로벌 퀀트 주식 부문 책임자는 “고객이 원해서 거래는 허용하지만 매수나 매도에 대한 자문은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는 기관 자금 유입에 대한 기대감과 동시에 전통 금융권의 여전한 불신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정부안 제출 불발된 ‘2단계 입법’…국회 주도권 잡나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관련 정책 공백 우려가 커졌다. 당초 정부가 지난 10일까지 제출하기로 했던 ‘가상자산 2단계 법안(디지털자산기본법)’이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간의 이견으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핵심 쟁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다. 산업 육성을 중시하는 금융위와 통화 안정성을 우선하는 한국은행이 발행 자격과 감독 권한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법안의 뼈대조차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TF는 정부안을 기다리지 않고 국회 주도로 입법 절차를 밟겠다고 선언했다. 강준현 정무위 간사는 "1월까지 발의를 마쳐야 하는데 정부안을 기다리다가는 법안 심사가 불가능하다"며 "12월까지 조정하는 것을 끝내고 국회에서 논의해 결정을 내리겠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입법 데드라인인 내년 1월을 맞추기 위해, 정부가 늦어도 내달 초에는 구체적인 안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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