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기준 국민 140%·새마을 380%…빚 상환 속도마저 더뎌져
총량 관리에 매년 '대출 절벽' 재연 우려도…당국 "고강도 관리 유지"
총량 관리에 매년 '대출 절벽' 재연 우려도…당국 "고강도 관리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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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KB국민은행과 새마을금고가 올해 연간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말 총량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당국은 대출 목표치를 못 지킨 금융회사들의 내년 대출 한도에서 올해 초과분을 제외하는 형식의 페널티를 적용할 방침이다.
◇ 국민은행 목표치 대비 140%…'빚투'에 신용대출 상환 속도↓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연간 대출 증가 목표'(경영계획 기준, 정책성 상품 제외) 대비 실적 비율은 지난달 기준 140.1%로 집계됐다.
5대 은행 중 가장 높은 수치다.
국민은행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로 금융당국에 2조61억원을 제시했지만, 지난 11월 말 기준 증가액은 2조8천99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 중 국민은행이 유일하게 목표치를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은행은 총량 관리를 위해 막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4일부터 연내 실행 예정인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하며 주택구입용이 아닌 생활자금 용도까지 주담대 문턱을 높인 상태다. 연말까지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도 받지 않기로 하면서 대출 상환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신용대출 등 대출 상환 속도가 평소보다 느려지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떠올랐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공개(IPO) 공모주 투자용 신용대출은 청약 종료 후 통상 상환되지만, 최근에는 증시 투자 목적으로 상환을 미루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신용대출뿐 아니라 주담대도 전략적으로 유지하려는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도 목표치를 일부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올해 증가액 목표가 9천102억원이지만 지난달 말 기준 증가액은 이미 1조548억원으로 목표치 대비 116%로 집계됐다.
신한은행 역시 지난달까지 가계대출이 1조7천25억원 증가해 목표치(1조6천375억원) 대비 104%를 기록했다.
다만 이들 은행은 초과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신규 대출 제한과 상환 유도를 통해 총량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금융당국과 업계는 보고 있다.
농협은행은 목표치 대비 69.6%, 우리은행은 84.9%로 한도에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MG새마을금고 |
◇ 1금융권 문턱 높인 사이 새마을금고 홀로 4.6조 폭증
2금융권 중에서는 새마을금고의 가계대출 잔액이 올해 들어 5조원 가까이 불어나며 1금융권에서 밀려난 수요를 빨아들이고 있다.
금융당국과 상호금융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들어(1∼11월) 4조6천억원 증가했다.
금융당국에 제출한 목표치 대비 증가액은 지난달 말 기준 380% 수준이다.
이는 상호금융권뿐 아니라 전체 2금융권에서도 독보적인 증가세다.
새마을금고 가계대출 증가액은 농협(2조5천억원), 신협(1조2천억원), 수협(3천억원) 등을 크게 앞선다.
보험업권(-1조8천억원)이나 저축은행(-4천억원), 여전사(-2조3천억원)에서 감소한 것과는 대비된다.
새마을금고도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대출 접수를 중단하는 등 자체 관리 방안에 돌입한 상태지만 초과 규모가 워낙 커 목표 달성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새마을금고는 금융당국이 아닌 행정안전부의 감독을 받는 체계이며, 연체율이 높아 대출잔액(연체율 산식의 분모)을 늘릴 유인이 있는 구조도 증가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줄이라는 당국 지침에 따르다 보니 가계대출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며 "가계대출도 수분양자의 잔금대출이 70% 이상으로 대부분이 실수요자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목표 넘긴 금융사는 내년 한도서 제외…내년도 고강도 관리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넘긴 금융사에 내년 대출 물량에서 초과분을 깎는 '페널티'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목표치를 크게 초과한 곳일수록 내년 가계대출 공급 물량이 대폭 축소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초과분을 어느 수준으로 반영할지는 조정될 수 있으나, 초과액을 내년 한도에서 차감한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내년에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이내에서 가계대출 증가율을 관리하기로 했다.
올해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소폭 높아지는 분위기지만 당국은 '고강도 관리 기조' 방침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내년 실질 GDP 증가율을 1%대 후반∼2% 초중반 수준, 물가 상승률은 2% 안팎을 전망하는 만큼 대출 증가율 목표는 3%대 후반 수준에서 설정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내년에 한도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을 수 있으나 고강도 관리 기조는 유지된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미 금융당국 공문에 따라 내년 연간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제출하고 있다.
다만 연말 '대출 절벽'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초에는 공격적으로 대출 영업에 나서다가 연말에는 목표를 지키기 위해 대출 창구를 아예 닫아버리다시피 하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발생한다는 취지다.
이인영 의원은 "숫자 맞추기식 총량 통제가 아니라, 개인의 상환 능력 범위 안에서는 안정적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질적 관리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며 "내년부터는 실수요자가 예측해서 자금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정교한 대출 공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j9974@yna.co.kr
[표] 11월 말 기준 5대은행 가계대출 목표 및 증감액
(단위 : 억원, %)
| 은행 | 가계대출 목표치 | 가계대출 증감액 | 목표치 대비 실적 비율 |
| KB국민은행 | 20,061 | 28,099 | 140.1 |
| 하나은행 | 9,102 | 10,548 | 116 |
| 신한은행 | 16,375 | 17,025 | 104 |
| 우리은행 | 13,952 | 11,842 | 84.9 |
| NH농협은행 | 21,200 | 14,750 | 69.6 |
(※ 자료 제공 = 이인영 의원실, 금감원)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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