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뒤통수를 이렇게 치나…." '라건아 소득세 분쟁'에 휘말린 부산 KCC는 격앙된 분위기다. 라건아가 KCC에 소속한 동안 각종 배려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온 것은 소송장이니 어이가 없기 때문이다.
라건아는 최근 전 소속팀 KCC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2024년 KCC와 결별할 때 발생한 5개월치(1~5월) 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를 자신이 납부했으니 계약서 조항에 따라 구단이 물어내라는 것이다. KCC 구단은 큰 충격을 받았다. 사태의 전말을 살펴 보면 그럴 만하다. KCC는 2023~2024시즌을 끝낸 뒤 라건아와의 계약을 종료했다. 당시 시즌을 마친 뒤 열린 제7차 이사회(5월 17일)에서 라건아의 신분 문제를 포함한 주요 이슈에 대한 의결이 나왔다. 라건아를 귀화선수가 아닌 일반 외국인 선수로 계약하도록 했고, 리그 내 이적 외국인 선수의 종전 활동 기간(매년 1~5월) 소득세는 최종 영입 구단이 부담하기로 했다. 당시 회의 도중 "선수가 해외로 나갔다가 몇 년 뒤 복귀했을 경우 어떡하느냐"는 질의가 나왔고, 같은 규정을 적용키로 정리했다.
KCC를 떠난 라건아는 해외리그로 진출했다. 이후 KBL 이사회는 2~3개월 단위로 회의를 열 때마다 총 3차례에 걸쳐 '최종 영입 구단 납부' 규정을 주지시켰다.
2023~2024시즌 KCC가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한 뒤 그물망 커팅식을 하고 있는 라건아. 사진제공=KBL |
A구단이 2024~2025시즌 도중 대체 선수로 라건아 영입을 검토했다. KBL에 문의한 결과 '최종 영입 구단의 세금 납부'를 안내받았고, 고액 세금이 부담스러워 영입을 포기했다. 2025년 5월쯤 다른 B구단은 라건아의 세금 문제를 KBL에 재확인했다. 라건아 영입을 위한 절차는 아니었지만 '2옵션' 후보군에 오를 것에 대비해 확실하게 짚고 싶었다고 한다. B구단은 같은 내용의 의결 규정을 안내받았다.
지난 6월 1일 한국가스공사가 라건아의 입단 계약을 발표했다. 일부 언론에서 라건아의 세금 문제를 남은 과제로 지적했다. 라건아의 세금 문제가 이슈화되자 KBL이 한국가스공사 측에 이사회 의결 규정을 다시 상기시켰다. KBL에 확인한 결과 정식 공문은 아니지만 전화 통화를 통해 한국가스공사 담당자에게 관련 규정을 명확하게 안내했다고 한다.
이후 8월쯤 한국가스공사는 "소득세는 라건아가 납부했다"면서 입단 절차 완료를 밝혔다. 이에 주변에서 한국가스공사가 이사회 의결을 알고 있는 데도, 라건아에게 소득세를 부담토록 한 것에 의구심이 제기됐다. 어떻게든 세금이 해결됐으니 협상력의 결과물이라 여기고 더이상 문제삼지 않는 분위기에 잊혀졌다.
하지만 라건아 측은 H법무법인을 통해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었고, 지난달 3일 KCC 구단 측에 소송을 통보했다. KCC 구단은 라건아가 떠난 이후 세금 관련 어떤 문의나 연락도 전혀 받지 못한 상태에서 청천벽력처럼 소장을 받아들었다.
KCC 구단은 신인 드래프트가 열렸던 지난달 14일 임시 이사회 개최를 요청했고, 라건아 소송건에 대해 논의했다. 이 회의에서 KBL 경험이 풍부한 C구단 단장은 "민사소송과는 별개로 한국가스공사와 라건아가 이사회 의결을 위반한 행위에 대해 재정위원회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결국 이수광 총재는 '의결 규정에 따라 한국가스공사 구단이 라건아의 세금을 보전해주거나 라건아 측에 소송 취하를 설득하라'는 취지의 중재안을 정준 한국가스공사 단장에게 권했다.
이같은 권고를 받은 지 한 달이 다 되어 가지만 한국가스공사측은 "특별한 달라진 게 없다. 라건아와 KCC 구단의 문제"라고 밝혀 총재의 중재안마저 무시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KCC 관계자는 "2021년 자유계약선수(FA)가 된 라건아와 결별하려 했지만 영입하려는 팀이 전혀 없었고, 국가대표 귀화선수를 그렇게 버리면 안된다는 생각에 2024년까지 재계약했다. 연봉, 세금 포함 연간 최대 16억원의 부담을 감수하기도 했다"면서 "라건아의 배은망덕뿐 아니라 규정을 알면서도 소송 사태를 방관한 한국가스공사 측에도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