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FC 이정효 감독이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전북 현대와의 결승전에 앞서 박수를 치며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2025. 12. 6. 박진업 기자 upandup@sporttsseoul.com |
[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광주FC의 ‘이정효 시대’가 곧 막을 내린다.
광주 구단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이정효 감독은 지난 3일 노동일 광주 대표이사를 만나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이 감독은 “코리아컵 결승전이 내가 광주에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가 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지난 6일 전북 현대전이 이 감독의 광주 고별전으로 남을 전망이다.
이 감독과 광주의 계약 기간은 아직 2년이나 남아 있다. 지난 2023년 광주는 이 감독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4년 재계약을 체결했다. K리그에서 보기 드문 장기 계약이었다.
이유 있는 믿음이었다. 이 감독은 광주를 차원이 다른 팀으로 만들었다. 2022년 지휘봉을 잡은 후 곧바로 K리그2 우승을 차지하며 팀을 1부 리그로 승격시켰다. 2023년에는 광주를 3위에 올려놨다. 만년 강등 후보의 반란이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24~20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무대에서 8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K리그에서 유일하게 토너먼트 라운드로 향해 아시아의 거함들과 당당하게 싸웠다. 올해에도 광주는 무리 없이 K리그1에 잔류했고, 코리아컵 결승에 진출하며 새로운 역사를 꿈꿨다. 비록 준우승에 그치긴 했지만, 이 감독의 지도력은 찬란하게 빛난 시즌이었다.
광주 이정효 감독이 3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과의 경기를 앞두고 피치를 바라보고 있다.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
4년 동행의 끝이 다가왔다. 시즌 종료를 앞두고 이 감독은 광주와의 결별을 고려했다.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지칠 만한 흐름을 이겨내기 버겨웠다.
광주는 냉정하게 보면 약팀에 가깝다. 화려한 스쿼드를 꾸리지 못한다. 이 감독은 없는 살림 속에서도 광주를 K리그에서 가장 까다로운 팀으로 진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따르는 에너지 소비가 컸다. 핵심 선수를 잡지 못한다는 한계도 뚜렷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엄지성이 잉글랜드 스완지 시티로 이적했고, 시즌 종료 후에는 허율, 이희균 등을 울산HD로 보내야 했다. 올여름에도 에이스 아사니가 진통 끝에 이란으로 향했다. 이 감독은 이적시장마다 허탈감을 느껴야 했다.
설상가상 광주는 여러 사고의 중심에 있었다. K리그 재정건전화 규정을 지키지 못해 1년간 선수 영입 금지, 3년간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여기에 아사니 연대기여금 미납 문제로 인해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선수 영입 금지 징계까지 따랐다. 당장 올겨울에는 선수 영입을 할 수 없는 악재가 다가왔다.
광주 이정효 감독.제공 | 대한축구협회 |
악전고투. 이를 악물고 버텼지만 이 감독도 한계에 직면했다. 지난달부터 “나를 원하는 팀이 없다고 해도, 잠시 쉬고 싶다. 광주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 스스로 힘이 떨어지니 지친다”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더 큰 팀으로 이적하고 싶은 마음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이 감독이 휴식을 취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이 감독은 국내외 복수 구단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올겨울 신변 변화가 예상된다. K리그 구단이 그를 데려가지 않는다면, 일본 J리그 무대에서 외국인 사령탑 신분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도 있다.
아직 포기하지 않은 광주는 이 감독과의 동행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선수 영입도 못하는 상황에서 이 감독마저 떠난다면 광주는 크게 휘청일 수 있다. 그러나 광주를 떠나겠다는 이 감독의 뜻은 확고하다. 광주 입장에서는 만류하고 싶은 게 당연하지만, 축구계에 영원한 만남은 없다. ‘아름다운 이별’의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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