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방향과 과제'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 /뉴스1 |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압수 수색 영장 사전 심문제’ 도입을 둘러싸고 10일 대법원 공청회에서 법원과 검찰의 입장이 엇갈렸다. 이 제도는 민주당 ‘사법 개혁안’ 중 하나로, 법원이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 사건 관련자를 불러 직접 심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재 법원은 수사기관이 제출한 서류만으로 압수 수색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인격·사생활 담긴 스마트폰 압수 수색, 통제 필요"
조은경 대구지방법원·가정법원 김천지원 부장판사는 이날 ‘형사 사법 제도 개편’ 주제 발제에서 “재판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단시간 서면 심리만으로 영장 발부 여부나 압수 범위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사전 대면 심리가 이를 보완해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전자정보 압수 수색 과정에서 범죄와 무관한 개인정보까지 대량 노출되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사후 통제만으로는 기본권 침해 위험을 충분히 걸러내기 어렵다”고 했다.
김정환 연세대 교수도 토론에서 “최근 압수 수색 영장 청구 건수가 늘고 있고 발부율이 99%에 가까워 상당히 높다”며 “과연 충실한 심리를 거쳐 발부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통계에 따르면 압수 수색 영장 청구는 2011년 10만8992건에서 작년 53만5576건으로 500% 가까이 증가했다. 김 교수는 “특히 전자정보에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내용이 많다”며 “사전 심문제를 도입하되 수사의 밀행성을 보장하기 위해 수사기관이 신청한 참고인 등으로 심문 대상을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한상훈 연세대 교수 역시 “스마트폰과 클라우드 등 디지털 저장매체에는 개인의 인격과 사생활이 전부 담겨 있다”며 “이에 대한 압수 수색은 ‘제2의 신체 구속’이라 불릴 만큼 중대한 기본권 침해를 수반하기 때문에 사법적 통제가 절실하다”고 했다. 한 교수는 또 “1990년대 구속 영장 실질 심사 제도가 도입될 때도 검찰의 강력한 반대와 우려가 있었지만, 20년이 지난 현재 특별한 문제 없이 운용되고 있고 오히려 인권 보장 측면에서 진일보한 제도로 평가되고 있다”고 했다.
◇檢 ”피의자 특혜 주는 것…증거 훼손 우려”
반면, 토론자로 참석한 소재환 대전지방검찰청 부장검사는 “취지는 좋지만 현실에서는 수사 지연·증거 인멸·기밀 누출 등 부작용이 훨씬 크다”며 “피의자에 대한 특혜가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먼저, 압수 수색 영장 청구 건수가 늘고 발부율이 높은 것에 대해선 “정보화 시대의 불가피한 현상일 뿐 남용의 증거가 아니다”라며 “열심히 공부해 고득점을 받은 학생에게 점수가 높다는 이유로 페널티를 주는 격”이라고 했다.
소 부장검사는 판사가 검색어·검색기간을 지정해 압수 수색하도록 하는 법률안에 대해 제주 간첩단 ‘ㅎㄱㅎ’ 사건 등 은어·암호화(스테가노그래피) 등으로 위장한 마약·간첩 사건 사례를 들며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했다.
수사가 지연되고 증거가 훼손될 우려도 제기했다. 소 부장검사는 CCTV 보존 기간(통상 30일)과 온라인 성 착취물의 신속한 확산 구조 등을 예로 들며 “하루 이틀 지연만으로도 회복 불가능한 증거 소멸이 벌어진다”며 “피압수자에게 연락만 가도 휴대전화 폐기나 공범 말 맞추기 등으로 수사 기밀이 무너진다”고 했다.
사전 심문을 할지 말지가 판사의 재량에 맡겨져 있어 “권력자나 경제력 있는 피의자들 위주로 선택적 집중적으로 적용될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소 부장검사는 대안으로 압수한 자료의 관련성을 다시 확인하는 ‘영장 집행 후 사후승인제’가 더 실효적이라고 했다.
◇“6개월 구속 기간, 연장 필요”
한편,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피고인의 구속 기간(최대 6개월)을 연장해야 한다는 논의도 나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구속 기간이 내년 1월 만료되는 가운데,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한해 구속 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조 부장판사는 “형사 재판 쟁점이 복잡해지고 있고, 공소 제기 후 공판정 심리가 강화되면서 모든 사건에서 6개월 내 심리를 끝마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며 “6개월 구속 기간에 추가 갱신해 최장 1년까지 구속할 수 있는 규정을 두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구속 재판을 기간 내 마치지 못하면 보석으로 석방할 수밖에 없는데,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범죄 피해자에게 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조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구속 기간 제한으로 부득이하게 석방한 경우에도 언론에서는 ‘봐주기 한다’ ‘풀어줬다’고 비판하기도 한다”며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처럼 법원의 구속 기간을 제한하는 법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꼭 내란·외환죄에만 한정할 게 아니라 다른 범죄에도 적용 가능하도록 하면 실무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조 부장판사는 “미결 구금 장기화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김은경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