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문인력 현황과 수급 불균형’ 보고서
링크드인 데이터 1100만개 분석
링크드인 데이터 1100만개 분석
미국의 대표 AI 기업인 OpenAI CEO 샘 올트먼이 지난 10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발언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
인공지능(AI)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국 AI 인력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한국은행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은행 고용연구팀과 박근용 싱가포르국립대 경영대 교수가 공동 작성해 5일 발표한 ‘AI 전문 인력 현황과 수급 불균형’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AI 인력은 나머지 근로자와 비교해 지난해 6% 높은 임금을 받았다. 전보다는 높아졌지만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 임금이 여전히 낮은 편이어서 인력의 해외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AI 인력의 비교적 낮은 임금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는 연공 서열 위주의 임금 제도가 지목됐다. 보고서는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한국은행과 대한상의가 공동으로 개최한 ‘AI 기반의 성장과 혁신’에서 발표됐다.
◇한국 AI 인력,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부족
연구진은 AI 인력 현황과 임금의 국제 비교를 위해 글로벌 구인·구직 플랫폼 ‘링크드인(LinkedIn)’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에 참여한 오삼일 한은 고용연구팀장은 “AI 인력 분석을 위해 링크드인을 활용한 첫 연구”라며 “2010~2024년 한국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근로자 약 110만명과 1000만건이 넘는 이들의 직무 이력 정보를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 한국의 AI 인력은 계속 늘고 임금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정부의 지원 아래 AI 경쟁을 벌이는 현실을 감안하면 여전히 인력은 부족하고 임금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한국의 AI 인력이 2010년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약 5만7000명이라고 추산.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그래픽=조선디자인랩 한유진 |
한국의 AI 인력은 지난 10여년간 빠르게 증가해 2024년 기준 약 5만7000명으로 추정됐다. 이들은 석·박사 학위 보유자가 58%에 달하는 등 고학력자가 많았고, 전공은 공학 계열이 64%로 다수였다. 2010년 3만명이 채 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했지만 AI 인력이 78만명에 달하는 미국이나 11만명인 영국, 7만명인 프랑스·캐나다와 비교하면 여전히 절대 규모는 적었다.
인구 대비 AI 인력 비율도 낮았다. 미국엔 10만명당 7.8명의 AI 인력이 있었지만 한국은 0.6명 수준으로 분석됐다.
◇AI 임금 프리미엄 한국 6%, 미국은 25%
한국 AI 고용 시장의 더 심각한 문제는 임금이었다. AI 기술을 보유한 인력이 그렇지 않은 근로자와 비교해 더 받아가는 급여인 ‘임금 프리미엄’이 한국은 지난해 기준 6%로 2010년 1.3%보다는 높아졌다. 하지만 다른 나라보다는 여전히 매우 낮다. 미국 AI 인력의 임금 프리미엄이 25%, 캐나다는 18%, 영국·프랑스·호주는 15%에 달했다. 해외 근무가 가능한 AI 인력이라면 다른 나라에서 일할 경우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은 약 6%에 그쳐 다른 나라보다 훨씬 낮음.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그래픽=조선디자인랩 한유진 |
연구진 분석 결과 실제로 한국의 AI 인력은 꾸준히 해외로 유출되고 있었다. 오삼일 팀장은 “한국의 AI 인력 중 해외에서 근무하는 비율은 2024년 16% 정도로 다른 근로자보다 6%포인트가량 높았다”며 “미국에서 근무하는 AI 인력이 2010년엔 2100여명이었지만 지난해엔 6300명으로 늘어, 세계 AI 산업을 주도하는 미국의 풍부한 일자리와 높은 처우가 국내 인재를 흡수하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지난해 기준 해외에서 일하는 전체 한국의 AI 인력은 약 1만1000명에 달했다.
◇능력 아닌 연공서열 임금, AI 인재 떠난다
한국 AI 인력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원인으로 연구진은 다른 나라의 치열한 인재 확보 노력과 아울러 젊은 층에 불리한 연공서열 위주 급여 체계, AI에 대한 국내 투자·수요의 상대적 부족 등을 지목했다. 보고서 공동 작성자이자 AI와 고용의 관계를 분석한 다수의 보고서를 발표해 한은 내 ‘AI 일자리 전문가’로 꼽히는 서동현 한은 고용연구팀 과장은 “AI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시점이 2010년 초이기 때문에 AI 인력 중엔 청년층이 많은 편이다. 정확한 수치는 추가로 분석해야겠지만 한국의 연공서열식 임금 체계에서 이들이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AI 인력 중 해외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꾸준히 증가. 2024년 1만1000명으로 약 16%가 해외에서 일했고, 다른 근로자에 비해 6%포인트 높은 수치.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그래픽=조선디자인랩 한유진 |
AI 인력의 채용은 삼성전자, 네이버, LG CNS 등 한국 대기업이 주도했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 채용이 3253명으로 가장 많았다. 2위 네이버(약 1098명)와의 격차도 컸다. 외국 기업 중엔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등이 상위권이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전자통신연구원과 정부의 AI 인력 채용을 합치면 1103명으로 네이버보다 많았다.
[김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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