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을 이유로 여자친구로부터 이별통보를 받자, 집 안에서 불을 지르며 협박까지 한 남성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기사와 상관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
여자친구의 이별 통보에 집착해 100차례 넘게 연락을 반복하고, 집 안에서 불을 지르는 등 난동을 벌인 남성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새벽 시간대 ‘같이 죽자’며 불을 붙이는 등 범행 과정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와 정신과적 질환 진단이 양형에 반영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제13형사부(부장판사 나상훈)는 현주건조물방화미수·특수협박·감금·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지난 7월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스토킹 재범예방 강의를 명령했다.
● 새벽 다툼 끝에 “같이 죽자” 불 붙이고 감금까지…112 신고로 구조
A 씨는 지난해 10월 11일 새벽 본인의 집에서 여자친구 B 씨와 말다툼을 하다 “같이 죽자”며 매트리스 위 키친타월에 불을 붙이면서 난동을 부린 혐의를 받는다. 다행히 B 씨가 급히 이불로 덮어 불길을 꺼 방화는 미수에 그쳤다.
그러나 두려움에 집 밖으로 도망친 B 씨는 곧바로 A 씨에게 끌려 돌아왔다. 이어 창문 밖으로 “살려달라”고 외치는 B 씨를 A 씨가 제압하며 감금이 이어졌고, 이는 112 신고를 받고 경찰이 강제로 문을 개방할 때까지 약 1시간 동안 지속됐다.
● 재판부 “반성 진정성 의문…그러나 피해자 의사·정신질환 등 고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범행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판시했다. 다만 범행을 인정한 점과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 동종 전과 및 벌금형 초과 전력 없음, 양극성 정동장애 진단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판단했다.
● 경찰, 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 A 씨에게 통보했지만 10여차례 위반
B 씨는 이 사건 이후 그와의 관계를 정리하자, A 씨는 한 달 뒤 스토킹을 시작했다. 지난해 8월 16일, 그는 약 3시간 동안 무려 117회에 걸쳐 B 씨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또한 ‘1원 송금’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의 스토킹도 이어갔다.
경찰은 A 씨에게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결정을 고지했지만 A 씨는 이후에도 10차례 전화를 걸고 송금 메시지를 보내는 등 연락을 시도해 이를 위반했다.
A 씨는 지난 2월에도 B 씨를 폭행하고 협박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지만, B 씨가 처벌을 원치않아 검찰에 송치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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