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약해지는 겨울철, '은행'이 보약

[칼럼니스트 김소형]

거칠어지고 건조해진 피부는 손상되기 쉬운데, 은행은 피부의 보습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베이비뉴스

노란 은행잎이 가을을 화려하게 물들이면, 은행 열매는 거리를 지독한 냄새로 물들입니다. 땅에 떨어져 밟히면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역한 냄새를 풍기지만 사실 온전한 은행은 가을, 겨울철 호흡기가 약한 사람들은 꼭 가까이해야 할 본초입니다.

크기는 작지만 오래전부터 효능이 좋아 약재로 쓰였던 은행을 한방에서는 '백과’라고 부르는데, 건조하고 서늘한 공기에 코와 목이 메마르고 거칠어지고, 폐와 기관지의 진액이 부족해졌을 때 효과가 있습니다. 이 시기에 감기를 비롯해 호흡기 질환이 잘 생기는 이유 중 하나는 코나 목의 점막을 비롯해 폐와 기관지가 메마르면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쉽게 침입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진액 생성을 촉진해서 호흡기를 외부 자극으로부터 보호하는 은행은 이 시기 호흡기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은행은 호흡기 점액 분비를 촉진해서 끈적한 가래를 배출시켜주며, 기침이 나는 것을 가라앉힙니다. 또한 숨이 차고 목이 아픈 것을 진정시켜주며, 염증을 완화하기 때문에 후두염, 기관지염 등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은행은 '혈액 순환’에도 좋은 약이 됩니다. 그래서 혈액 순환과 관련된 약의 대표 성분으로 은행잎 추출물이 자주 쓰입니다. 은행이 혈액 순환에 효과적인 이유는 은행잎에 들어 있는 퀘르세틴이나 켐페롤 같은 '플라보노이드’ 성분들과 테르페노이드 계열의 '징코라이드’ 성분들 덕분입니다. 이들이 모두 혈액의 응고를 개선하며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만들어줍니다. 혈압의 안정에도 효과가 있어 혈압이 높은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또한 은행의 플라보노이드 같은 항산화 성분들은 활성산소를 제거하여 세포 및 조직의 손상을 방지하며 면역력을 개선하는 데도 좋습니다.

한방에서 은행은 아이들과 여성들의 건강과 관련해서도 자주 처방이 되었습니다. 특히 아이들의 '야뇨증’, 갱년기 여성들의 '요실금’에 효과적입니다. 5세 이상의 아이들이 특별한 이상 없이 밤에 자는 동안 소변을 지리는 것을 아뇨증이라고 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지속되는 동안 아이들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고 심리적 발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갱년기가 되어 발생하는 요실금의 경우 의지와 관련 없이 재채기나 크게 웃는 것 등으로 복압이 증가하면서 소변이 아래로 흐르는 증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때 은행이 방광 근육의 이완과 수축을 정상적으로 조절하며 소변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겨울철이면 차고 건조한 날씨 때문에 피부도 상하기 쉽습니다. 거칠어지고 건조해진 피부는 손상되기 쉬운데, 은행은 피부의 보습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폐에 진액을 보충하듯이 건조한 피부에 윤기를 돌게 하며 촉촉함을 유지할 수 있게 합니다.

호흡기, 혈액 순환에서부터 피부 보습까지 다양한 효능을 가진 은행이지만 먹을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바로 은행의 독성 때문입니다. 아미그달린, 메칠피리독신 같은 독성이 있어서 함부로 섭취해서는 안 됩니다. 중독이 될 경우 구토, 설사, 복통, 발작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은행의 가장 안쪽 껍질에 독성이 있어서 껍질은 완전히 벗겨야 하며, 생으로 먹어서도 안 되며 반드시 열을 가해 익혀 먹어야 합니다.

*칼럼니스트 김소형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원 한의학 박사로 서울 강남 가로수길의 김소형한의원에서 환자를 만나고 있다. 치료뿐만 아니라 전공인 본초학, 약재 연구를 바탕으로 한방을 보다 넓고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고 있다. 저서로는 「꿀피부 시크릿」 「데톡스 다이어트」 「CEO 건강보감」 「김소형의 경락 마사지 30분」 「김소형의 귀족피부 만들기」 「자연주의 한의학」 「아토피 아가 애기똥풀 엄마」 등이 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저작권자 Copyright ⓒ 베이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