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가지 주목하고 싶은 요인은 정부의 돈풀기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전분기대비)이 1분기 1.2%에서 2분기 -0.2%로 고꾸라졌음에도 불구하고 8월말 발표된 2025년 예산안에서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과감한 확장재정을 하지 않았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4조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폭은 2.8%였다. 보통 재정적자든, 재정흑자든 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재정건전성을 지켰는지 몰라도 경기는 지키지 못했다.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은 0.1%, 4분기도 0.1%에 그쳤다. 올해 1분기에는 -0.2%로 떨어졌다.
결국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했고, 두 차례 추경을 거쳐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12조원, GDP 대비 4.2%로 확대됐다. 새정부 출범 효과 등이 있었지만 올해 두 차례(2월, 5월)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재정이 확실하게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성장률이 올해 2분기 0.7%, 3분기 1.3%로 반등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8월말 발표한 2026년 예산안에서 관리재정수지 적자 109조원, GDP 대비 4.0%로 편성했다. 지난 2일 국회에서 통과된 최종 예산안은 관리재정수지 적자 108조원, GDP 대비 3.9%다. ‘양심은 있는지, GDP 대비 적자비율 수치 앞자리를 4에서 3으로 바꾸고 싶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재부의 중기재정계획에 따르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2027년 4.1%, 2028년 4.4%, 2029년 4.1%다.
이재명 정부가 아무리 재정의 역할을 강조한다고 하지만 매년 4%가 넘는 재정적자, 과도한 확장재정을 유지하겠다고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렇게 돈을 풀어대겠다고 하니 돈(원화)의 가치가 떨어지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최근 환율 추이를 보면 1년 전 비상계엄으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1480원 수준으로 급등했다가 탄핵 판결이 나온 4월초 이후 드라마틱하게 떨어져 6월 말에는 1350원 수준이 됐다. 2026년 예산안과 2029년까지의 중기재정계획이 발표된 8월말 1400원선 아래 머물렀던 환율은 이후 계속 상승세를 탔다.
한국은행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8%로 잠재성장률 수준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7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GDP갭(실제 GDP - 잠재 GDP)이 빠르면 2026년말~2027년초에 플러스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장률이 이렇게 회복되는 데도 정부는 경기 부진 때나 할만한,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3%를 넘는 4%대의 과도한 돈풀기를 하겠다고 한다. 이재명 정부의 과도한 확장재정 기조가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에 얼마만큼 기여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상당한 영향을 미친 건 확실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일 발표한 ‘경제 전망’에서 “GDP의 약 1%(실제는 1.4%)에 달하는 두 차례의 추경예산이 일시적이지만 직접적인 성장 부양 효과를 냈다”면서도 “재정건전성 강화 방안은 부재하며, 정부는 법인세 수입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향후 수년간 여전히 GDP의 4% 이상으로 유지할 계획이다”라고 지적했다. 보통 국제통화기금(IMF)이나 OECD 등 국제기구들은 그동안 "한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낮다며 재정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재정을 써도 된다"는 식으로 조언했던 것과 큰 차이다.
정부는 환율 안정을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놨고 또 새로운 대책도 고민할 것이다. 일단 최우선은 "경기가 회복되면 중립재정으로 복귀하겠다"는 발표여야 한다.
정재형 세종중부취재본부장·경제정책 스페셜리스트 j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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