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장
우선, 경제 환경의 변화를 살펴보면 2025년 한국 경제는 1%대 저성장 흐름에 머물렀다. 이러한 어려움은 소비 여력 위축으로 이어지며 문화 콘텐츠에 대한 지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편 2026년 들어 반도체 및 AI 산업이 구조적 성장 단계로 진입하면서 경제 전반의 회복 신호가 감지되고, 이는 선택적 소비 시장 중에서도 디지털 콘텐츠 분야의 반등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변화는 더 뚜렷하다. 2026년으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이용자는 AI가 제공하는 편의적 기능을 자연스럽게 일상에 통합하고 있으며, AI 알고리즘이 선제적으로 콘텐츠를 제시하는 제로클릭(Zero Click) 소비 환경에 익숙해지고 있다. 이는 콘텐츠가 ‘찾아가는’ 방식에서 ‘찾아오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 수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는 AI가 전적으로 생산한 콘텐츠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뢰의 한계를 드러낸다. 인간적 감정선이 주는 미묘한 설득력, 정체성을 구성하는 서사적 결, 그리고 감성적 여운 등은 기술이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웹툰 산업은 효율성과 예술성, 자동화와 인간 창작의 균형이라는 난제를 풀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 ‘휴먼 인 더 루프(HITL: Human in the Loop)’ 체계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HITL은 단순한 보조 프로세스가 아니라 창작물의 출처와 정당성을 보증하는 장치로 기능하며, AI 시대의 콘텐츠 제작이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규범적 기반이다. 즉, 기술이 담당하는 효율성과 인간이 부여하는 감정·의미 체계가 공존할 때 비로소 콘텐츠는 시장에서 지속적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다.
플랫폼 경쟁 구도도 급격한 변화를 보인다. 네이버는 ‘컷츠(Cuts)’ 기능을 중심으로 숏폼 친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카카오는 ‘헬릭스 숏츠(Helix Shorts)’ 기반의 자동 콘텐츠 생성 기술을 고도화하며 2차 지식재산(IP) 확장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플랫폼의 대거 유입이 예상되며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플랫폼의 경쟁력은 작품 수 확보에서 ‘추천 알고리즘의 정교함’, ‘사용자 체류 시간’, ‘IP 확장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제 2026년의 웹툰 산업은 기술의 진화와 인간 창작의 본질적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핵심 과제가 된다. 기술은 속도와 확장성을 제공하지만, 콘텐츠의 진정한 힘은 서사·정체성·감정이라는 인간적 요소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산업은 효율 중심의 기술 활용과 인간 창작자의 고유성을 지키는 제도적 장치를 병행해야 하며, 신뢰를 기반으로 한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흐름은 2026년 더욱 견고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 ▶비즈엔터
이투데이(www.etoday.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