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배 IITP 원장 |
올해는 하이젠베르크가 행렬역학을 발표하며 양자역학의 문을 연 지 정확히 100년이 된 해다. 흥미롭게도 2025년 노벨 물리학상은 양자 터널링과 에너지 양자화가 큐비트 초전도 회로 구현과 제어의 핵심 기반임을 인정했다. 이미 양자 얽힘이 양자통신과 양자컴퓨팅의 구현 가능성을 확인한 양자기술은 학문적 탐구에서 실험수준, 다시 상용화로 빠르게 전환 중이다.
이런 흐름 속에 양자컴퓨터의 압도적 계산능력을 AI(인공지능)에 접목하고 역으로 AI 기술을 활용해 양자제어와 최적화를 지원하는 상호보완적 혁신체계인 '퀀텀AI'가 부상하고 있다.
먼저 양자기술은 AI의 지속가능성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현재 GPU 중심의 초거대 AI모델 학습은 막대한 전력소모와 데이터센터 운영비용 때문에 지속가능성이 우려된다. AI 혁신이 가속될수록 '컴퓨팅 자원부담'이라는 보이지 않는 청구서가 계속 쌓이는 셈이다. 양자기술은 극저전력 기반의 초고속 병렬연산을 통해 AI의 복잡한 최적화 이슈와 초고차원 변수의 패턴인식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학습속도와 에너지 효율의 획기적 개선이 가능하다. 또한 희귀질병과 같은 데이터 분포 재현이나 중첩을 활용해 양질의 합성형 데이터를 생성함으로써 데이터 희소성과 품질부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은 기존 AI의 학습·추론구조 자체를 재정의할 수 있다.
동시에 AI는 양자기술 실용화의 가속엔진이 될 수 있다. 양자컴퓨터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인 노이즈 억제, 오류보정, 큐비트 제어 최적화 등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가 방대한 실험데이터를 분석해 더 안정적인 동작조건을 찾아줌으로써 신뢰성을 높여 실용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양자컴퓨터의 탁월한 연산능력과 AI의 최적화 프로세스를 융합한 '퀀텀AI'는 양자와 AI가 한 단계 도약하는 '게임체인저'로 부상할 것이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퀀텀AI를 추가 인프라로 활용하고 내재화하는 다음 기술패권을 준비하고 있다. 구글은 양자-AI 통합 개발환경을 구축하고 양자 머신러닝과 큐비트 안정성·신뢰성을 향상 중이다. IBM은 AI와 HPC(고성능컴퓨팅)를 결합해 양자컴퓨팅 성능을 극대화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클라우드 플랫폼에 양자 머신러닝 구현을 지원하고 엔비디아는 GPU와 QPU(양자처리장치)간 병렬처리로 양자-고전 혼합연산을 가속화한다. 중국 주요 빅테크들도 AI 기반 양자제어 소프트웨어로 양자 클라우드를 상용화 단계로 고도화 중이다.
중요한 것은 아직 퀀텀AI에선 절대강자가 없고 양자컴퓨터, HPC, 클라우드 AI가 하나의 스택으로 통합된 '퀀텀AI 컴퓨팅 플랫폼'을 장악하는 국가가 데이터·산업·안보경쟁의 규칙을 새롭게 쓸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도 기술혁신에 속도를 내고 방향을 명확히 정립해 퀀텀AI의 프런티어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첫째, 양자기술과 AI의 상호보완적 혁신 체계 완성을 위한 큐비트 소자, 냉각·제어장비 등 양자 하드웨어부터 양자 시스템 소프트웨어, 양자 알고리즘, 양자 친화적 AI모델까지 '풀스택 경쟁력 확보' 준비가 필요하다. 둘째, 물리·수학·컴퓨터공학을 아우르는 양자·AI 융합형 인재양성과 최고의 인재확보를 서둘러야 한다. 셋째, 양자컴퓨터, HPC, K클라우드 AI 인프라를 연계한 '퀀텀AI 실증 플랫폼' 마련으로 퀀텀AI가 완성할 양자인터넷 세상에 대비해야 한다.
앞으로 양자기술 100년은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 AI가 양자를 제어하고 양자가 AI를 가속하는 지금이 AI·반도체·통신이라는 3대 기반을 모두 갖춘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세우는 골든타임일 수 있다. 우리의 체계적인 준비는 양자와 AI가 함께 도약하는 퀀텀AI의 '골든'을 열어가는 결정적 한 걸음이 될 것이다.
홍진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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