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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방울 후예 19명, 日 가고시마에 국악 울리다

조선일보 가고시마=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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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방울 후예 19명, 日 가고시마에 국악 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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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가·풍물판굿·부채춤 등 선보여
“쑥~대~머리!”

옥중 춘향이가 몽룡을 그리는 처연한 소리가 일본인 관객 500여 명의 마음을 훔쳤다. 지난 2일 오후 일본 가고시마시에 위치한 가고시마현민교류센터 현민홀 공연장. 일본에서도 이름을 떨친 우리나라 국창(國唱) 임방울 선생(1904~1961)의 애창가 ‘쑥대머리’의 절창이 올해 광주 임방울국악제에서 16년 만에 탄생한 남성 대상 수상자 김정훈(32)씨를 통해 재현된 순간이었다.

윤수정 기자지난 2일 일본 가고시마현민교류센터에서 현지 관객에게 우리 국악 문화를 알리는 공연을 펼친 임방울국악제 수상자들.

윤수정 기자지난 2일 일본 가고시마현민교류센터에서 현지 관객에게 우리 국악 문화를 알리는 공연을 펼친 임방울국악제 수상자들.


이날 현민홀에선 임방울국악제 역대 수상자 19명이 현지 관객에게 우리 소리를 전하는 공연을 펼쳤다. 일제강점기 나라 잃은 민중의 설움을 판소리 가락으로 어루만졌던 임방울 선생을 기리는 국악제가 2010년부터 해온 해외 공연이다.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고 열세 번째 무대. 올해 공연은 특히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일본 규슈 최남단에 위치한 가고시마현은 일본 47개 도도부현 중에서도 한국인 거주자 비율이 손에 꼽힐 정도로 낮은 곳이다. 현민홀은 가고시마현의 최대 도시이자 인구 58만여 명의 가고시마시를 대표하는 문화 센터. 공연장 관계자는 “여기서 한국 국악 공연이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오후 6시 30분, 장내 좌석 대부분이 현지인으로 가득 들어찼다. 1시간 30분가량 이어진 공연의 첫문은 농악꾼(이동헌·정동찬·김정림·김형주·박정원·김철환)들의 ‘풍물판굿’이 열었다. 순백의 상모가 나풀거리는 가운데 징, 꽹과리, 북, 장구, 태평소의 흥겨운 장단을 현지 관객들이 박수로 쫓았다. 무용수(두미지·신솔찬·임지언·강재인·이현지·정솔리·김어진)들이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태평무와 우리 무궁화를 피워내는 부채춤을 선보일 땐 고운 한복 자태에 반한 객석에서 사진 촬영이 잇따랐다.

춘향가 중 사랑가 대목을 가야금 병창으로 선보인 소리꾼 임재현씨는 “제가 얼쑤 하면 다 같이 ‘요시!(よし·옳지)’를 외쳐달라”는 재치 넘치는 일본어 인사로 객석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이 밖에 ‘기악 산조’(대금 김철환, 아쟁 유세윤, 장고 한정민), 김찬미(2005년 대상)·김소진(올해 최우수상) 두 소리꾼이 입체창으로 함께 꾸린 수궁가 중 ‘고고천변’ 대목 등이 열띤 관객 호응을 이어나갔다. 공연 대미는 단연 우리 소리의 정수인 아리랑의 차지. 무용수들의 소고무와 함께 전 출연진이 성주풀이, 남한산성 등 우리 민요를 선보인 가운데 신명 나는 진도아리랑의 가락으로 공연 막이 내렸다.


현장에서 만난 가고시마 시민 나카가와(24)씨는 “일본 현악기 고토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가야금 소리가 신기했고, 아름다운 공연에 눈을 뗄 수 없었다”고 했다. 일본 전통 타악기 연주자인 도야마(18)씨는 “한국 국악 공연 소식에 30분가량 떨어진 히오키시에서 일부러 찾아왔다”며 “수준 높은 연주 실력이 정말 인상적”이라고 했다.

[가고시마=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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