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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이 초보적 北 실상도 모르며 대북 정책 결정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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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이 초보적 北 실상도 모르며 대북 정책 결정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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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외신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 관련 질문에 “이거 처음 듣는 얘기”라고 했다. 안보실장을 돌아보며 물어보기도 했다. 우리 국민의 북 억류 사실 자체를 전혀 몰랐던 것이다. 그러자 기자는 “잘 모르시는 것 같아 놀랍다”고 했다. 그 외신 기자만이 아니라 우리 국민도 놀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우리 국민이 북한에 억류된 사실이 알려진 것은 10년이 넘는다. 선교사 3명이 2013~2014년 붙잡혀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고 북한이 직접 밝혔다. 탈북민 3명도 2016년 억류됐다. 이 사실은 모두 언론에 보도됐다. 유엔 인권이사회 등이 석방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통일부는 억류자 가족에게 20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했다. 정부가 납북 피해자로 공식 인정한 것이다.

미국 트럼프는 2018년 국무장관을 보내 북이 억류한 한국계 미국인 3명을 데려왔다. 공항에 직접 나가 마중했다. 캐나다도 2017년 한국계 목사를 석방시켰다. 일본은 2002년 당시 총리가 납북자 17명 중 5명을 데려온 뒤 끈질기게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 노력에 공감한다”고 했다. 정작 우리 국민 억류는 “처음 듣는 얘기”라고 한다.

최근 이 대통령은 대북 방송을 ‘쓸데없다’며 “요즘 세상에 인터넷 뒤지면 다 나오는데 뭔 대북 단파방송을 합니까”라고 했다. 북 주민도 인터넷을 쓸 수 있다는 얘기였다. 북 정권이 주민의 인터넷 사용을 철저히 금지한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은 다 안다. 탈북민 증언과 언론 보도가 셀 수도 없다. 구체적 지식이 없어도 한국민 대부분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정부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북에)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면서도 ‘종북몰이’가 걱정돼 못 하고 있다”고 했다. 북은 청와대 습격, 아웅산 테러, KAL기 폭파,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무수한 도발로 수많은 국민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사과한 적이 없다. 이 대통령은 이 역사도 모를 가능성이 있다.

성공적 협상의 첫째 요건은 상대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북한 실상에 대해 초보적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대통령의 대북 무지가 어디까지 인지도 알 수 없다. 그러면서 중대한 대북 정책을 결정하고 있으니 무서운 일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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